모바일 게임 시장 패권을 장악하고 있던 넷마블이 명맥을 이을 신작 부재로 올 상반기를 심심하게 보냈다. 예상치 못한 악재까지 맞아 주춤하는 모양새지만 글로벌 시장과 플랫폼 영역 확장을 준비하며 만회를 노리고 있다.
▶ 넷마블의 위기?
11일 국내 구글 플레이 모바일 게임 매출 10위권에는 3위 ‘리니지2 레볼루션’과 7위 ‘모두의마블’ 총 2개 넷마블 타이틀이 올라 있다. 최근까지는 ‘마블 퓨처파이트’, ‘페이트 그랜드오더’, ‘세븐나이츠’를 비롯한 4~5개 타이틀이 줄곧 버텨왔지만 웹젠과 넥슨의 최신작 ‘뮤 오리진2’와 ‘카이저’의 상승세에 밀려나고 말았다.
그나마 이들 게임 중 신작 타이틀은 찾아볼 수 없다. 리니지2 레볼루션은 2016년 12월 출시작으로 서비스 1년 반이 경과됐고 마블 퓨처파이트는 3년, 세븐나이츠는 4년, 모두의마블은 무려 5년차 게임이다. 지난해 11월 국내에 선보인 페이트 그랜드오더 역시 일본판 원작은 3주년을 바라본다.
국내 게임 흥행 기록을 경신한 리니지2 레볼루션과 꾸준한 업데이트로 인기를 유지해온 모두의마블, 세븐나이츠는 넷마블의 대표 ‘효자 타이틀’이다. 여기에 원작 애니메이션 팬층을 가진 페이트 그랜드오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특수로 순위 역주행 한 마블 퓨처파이트까지 넷마블의 든든한 매출원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넷마블은 이들 뒤를 이을 굵직한 타이틀을 선보이지 못했다. 지난달 전략 게임 ‘아이언쓰론’, 지난 2월 낚시 게임 ‘피싱스트라이크’를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지만 현재 구글 매출 90위, 140위에 머물고 있으며 글로벌 마켓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피싱스트라이크의 경우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인기 있는 낚시 게임이지만 매출원으로써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작은 타이틀이다. 아이언쓰론의 경우 넷마블의 첫 전략 장르 도전으로 최근 ‘왕성전’ 콘텐츠 업데이트에 따라 하락세를 반전했지만 ‘삼국지’를 소재로 하는 기존 경쟁작들을 상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외 해외에서 자회사 잼시티가 지난 4월 선보인 어드벤처 RPG(역할수행게임) ‘해리포터: 호그와트 미스터리’가 출시 하루 만에 미국 매출 5위, 영국 1위 등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국내 시장과 중화권 4개국은 상반기 출시 예정일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에 더해 넷마블은 당초 올해 기대작으로 준비하던 ‘이카루스M’ 퍼블리싱 계획에 차질까지 겪었다. 이카루스M은 넷마블이 지난해 게임쇼 ‘지스타’에서 차기 주력 4개작 중 하나로 소개한 바 있는 모바일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다.
‘이카루스’ 원작 IP(지식재산권)를 갖고 있는 개발사 위메이드는 최근 출시 전략 이견을 이유로 이카루스M 자체 서비스를 결정, 다음달 출시를 목표로 이미 사전예약을 진행하고 준비를 진행 중이다. 이에 넷마블은 자사의 모바일 게임 노하우가 녹아든 타이틀이라며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이카루스M의 수익을 가져갈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
특히 최근 모바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리니지’, ‘검은사막’, ‘뮤’와 같이 PC 원작 기반의 MMORPG라는 점에서 넷마블은 아쉬움이 큰 입장이다. 리니지2 레볼루션을 잇는 PC 원작 타이틀로 지난해 선보인 ‘테라M’은 올해 연이은 경쟁작 등장으로 매출 40위권을 벗어나 차기작과의 간극이 더 부각된다.
▶ 글로벌 향한 새 시작?
넷마블은 방준혁 의장의 지휘 아래 모바일 게임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매출 성장률 약 60%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성장한 게임사다. ‘몬스터길들이기’, 모두의마블, 세븐나이츠 등에 이어 2016년 말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한 달여 만에 2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렸고 이듬해 주식시장 상장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장기 흥행작들의 꾸준한 성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을 해외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 아시아 11개국을 시작으로 일본 시장까지 진출시켰고 다수 지역 앱스토어 매출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남미 38개국까지 서비스 개시했다.
세계 구글 플레이 매출 1위(앱애니, IDC ‘2017 게임스포트라이트 리뷰’ 기준)에 오르기도 한 리니지2 레볼루션은 넷마블의 지난해 연매출 2조4248억원 달성을 견인했고 이 중 해외 매출 비중을 54%까지 높이는 동력이 됐다. 넷마블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13년 14%에 불과했다.
이처럼 흥행작을 배출하며 승승장구 해온 넷마블은 매출 상위권에 가장 많은 타이틀을 포진시키며 ‘모바일 게임 패왕’의 면모를 자랑했다. 그런 넷마블이 올해 대형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고 기존작들의 인기에 의지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는 실적에도 반영돼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분기․전년 대비 모두 감소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신작 부재를 넷마블의 위기 또는 하락세로 평가하기는 이르다. 올해부터 그 동안의 ‘모바일 올인’ 전략을 선회, 콘솔까지 플랫폼을 다양화 하고 ‘빅마켓’ 중심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계획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월 방준혁 의장은 연례 미디어 행사인 ‘NTP’ 4회차 자리를 빌어 이 같은 계획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공유한 바 있다.
그는 게임계 노동 환경 개선 차원에서 과거처럼 대형 타이틀을 빠르게 쏟아내는 것은 더 이상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선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플랫폼 확장, 자체 IP 육성, 인공지능(AI) 게임 개발, 새로운 장르 개척에 본격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잼시티의 해리포터가 해외 시장을 두드렸고 피싱스트라이크와 아이언쓰론이 글로벌 시장에 동시 출격하는 포트폴리오 강화 시도가 이뤄졌다. 모바일 RPG라는 장르에 상대적으로 치중하며 각 지역 시장을 순차 개별 공략해온 것과 대비된다.
이후에도 글로벌 공략을 위한 신작을 지속 선보일 예정으로 리니지2 레볼루션 등에 이은 해외 실적 향상에 주목하게 한다.
먼저 지난 7일 사전등록을 개시한 모바일 턴제 RPG ‘나이츠크로니클’이 이달 중 한국을 비롯한 140여 국가에 출시될 예정이며 MMORPG ‘원탁의 기사(가칭)’, 모두의마블 글로벌 버전 ‘리치 그라운드’, 북유럽 신화 소재 어드벤처 RPG ‘팬텀게이트’, 터치 앤 드래그 방식 RPG ‘테리아사가’ 등이 해외 공략 첨병으로 준비 중이다.
또 연내에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을 소재로 독점 화보와 스토리 영상 등을 포함하는 실사형 시네마틱 게임 ‘BTS 월드’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예정이다. ‘요괴워치’, ‘매직 더 개더링’,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야채부락리’, ‘스톤에이지’ 등 다양한 IP 활용도 확대한다.
국내에서 이카루스M의 빈자리를 채울 MMORPG도 머지않아 출격한다. 차기 주력 4개작 중 하나로 공개된 ‘블레이드 & 소울 레볼루션’이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2분기 사전예약을 진행할 예정이며 그 뒤로 세븐나이츠 IP를 활용한 ‘세븐나이츠2’가 기다리고 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