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플라이’ 송용준 “은퇴요? 오래오래 할 겁니다”

[쿠키인터뷰] ‘플라이’ 송용준 “은퇴요? 오래오래 할 겁니다”

기사승인 2021-05-18 06:30:02
아프리카 프릭스의 미드라이너 '플라이' 송용준. 아프리카 제공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 아프리카 프릭스에게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은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중상위권 전력을 갖추고도 지독한 연패에 빠지며 시즌 최하위까지 내려앉았다. 최종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며 꼴지는 면했지만 선수들은 만신창이가 됐다.

팀의 맏형이자 미드라이너인 ‘플라이’ 송용준(25)도 흔들렸다. 평소 힘든 내색을 잘 하지 않는 선수지만, 올 시즌엔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한 매체 인터뷰에서는 ‘안 좋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고백해, 팬들 사이에선 그가 정말 은퇴를 고민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다행히도, 산전수전 다 겪은 데뷔 9년차 베테랑에게 지난 시즌의 부침은 ‘지나간 것’에 불과했다. 지난 13일 음성 인터뷰로 만난 송용준은 “어떤 일이든 돌이켜보면 별 일이 아니더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어렵지 않게 상처를 묻었고, 다음 시즌 멋진 도약을 꿈꾸고 있었다.

“당시에는 아쉬웠던 감정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이렇게 될 게 아니었으니까. 지금은 괜찮은데 당시엔 많이 아쉬웠다. 올 시즌만큼 힘들었던 시즌이 몇 번 있긴 했다. 예전 롱주(현 DRX) 시절, 2017년과 2018년 때 정말 힘들었다. 2019년 젠지 때도 엄청 힘들었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렇지 않다. 나이를 먹다보니 현재를 생각하게 된다. 과거 그런 것보다는. 매년 힘든 것 같은데 결국 돌이켜 보면 별 일이 아니었을 거다. 사람 인생이 그렇지 않을까.”

“시즌 초반에는 자꾸 지니까 스스로에 대한 의심 같은 게 있었다. 그런데 계속 게임을 하면서 내가 되게 잘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팀원 탓을 하진 않았다. 나부터 완벽해져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적극적으로 못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플레이메이킹 같은 걸 잘할 수 있었는데 그걸 잘 못해서.”

송용준에게는 일종의 프레임이 있다. 그가 암살자 챔피언들을 다루지 못하고, ‘사파(비주류)’ 픽을 선호한다는 시각이다. 때문인지 메타가 바뀌면 그가 다시 고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나에 대한 보편적인 편견인 것 같다. 어쩌다가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실제로는 그런 것(비주류)만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잘 기억을 못하더라. 어쩌다 보니 이미지가 그렇게 됐다.”

“그래도 ‘사파의 플라이’라는 별명을 딱히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런 별명을 붙여주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지금은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엔 그런 챔피언들이 이기기 편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안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요즘에는 오히려 비주류 픽을 하기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그런 걸 막 꺼내도 형들이 받아줬는데, 지금은 내가 맏형이니까 마음대로 하기 꺼려지고 그렇더라.”

송용준은 군입대, 은퇴 등 그를 둘러싼 일각의 소문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군 입대는 그냥 우스갯소리로 한 말인데, 민감하게 받아들이더라. 저 아직 많이 남았다. 올해 못하지만 않는다면 오래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은퇴와 입대 등에 대한 생각이 안 든다면 거짓말이다. 나는 게임을 할 때마다, 매 시즌 들어설 때마다 새롭다. 더 할 수 있다. 오랫동안 활약한 비결이라… 단순하게 게임을 좋아해서다.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앞서 말했지만 늘 재밌다. 게임을 하기 전에는 진짜 싫다. 휴가 때는 LoL을 절대 안 할 정도로. 그런데 막상 하면 승부욕이 붙고, 재미있다. 그래서 계속 하게 된다.”

프로 데뷔 후 단 한 차례도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 출전하지 못한 송용준이다. 롤드컵 얘기가 나오자 그의 목소리엔 사뭇 결연함이 묻어났다.

“올해 아니면 조금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 시즌엔 꼭 이뤄보고 싶다. 나이나 기량 이런 것 때문이 아니라 지금 동료들이 무척 마음에 든다. 이 동료들과 신뢰가 있어서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또 내년엔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렇다. 서머 시즌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무기력하게 지는 게임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 그럼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송용준은 새로 부임한 ‘카인’ 장누리 감독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감독님과 만난 지는 일주일 된 것 같다. 미국에서 계시다가 오셨는데 약간 프리(Free)한 걸 원하신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추구하시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저도 마음에 드는데, 막상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사실상 불가능할 거란 생각이 든다(웃음). 저희 팀원들의 멘탈을 잘 잡아주셨으면 좋겠다. 다른 건 안 바라고, 외적으로 케어만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

“꾸준히 우리 팀을 응원해주신 분들, 서머 시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셨으면 좋겠다. 지난 시즌보다 성장한 우리의 모습을, 치킨 드시면서 잘 지켜봐 달라.”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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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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