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은 '취재남 감성녀'.
취재남은 남편을 일컫고 감성녀는 아내를 지칭하는 단어로 두 부부의 상징적 개성을 살려 표현했다.
책은 일반 시중서점 등에 진열된 통상적인 책 크기를 기준, 총 304페이지 분량이다.
이 책은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현장이나 박물관 미술관 수목원 등 전국 명소를 방문하고 싶어도 시간에 쫓겨 갈 수 없는 현대인들에게 현장을 가지 않고도 대리여행과 대리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미리보기식 여행체험기'라는 점이 특징이다.
책은 부부가 한 달간 여행한 곳을 3부로 나눠 구성했다.
1부(1일차~8일차)는 제주도에서 8일간 머물면서 체험한 '제주에서 여드레, 섬의 눈으로 다시보기', 2부(9일차~19일차)는 '여순 광주 아픔과 평택기지 지나 서울 입성', 3부(20일차~30일차)는 '휴전선아 잘 있느냐 동해안 바라보며 부산까지'로 일정과 장소별로 구분했다.
내용은 부부가 여행으로 얻은 각각의 현장 체험담을 단순히 '둘러보기식' 관광이 아닌 기자의 시선으로 촘촘하게 접근한 점이 돋보인다.
본문을 읽다 보면 저자들이 여행한 현장 곳곳에서 시선이 멈춘다.
제주 4.3사건과 삼별초의 저항, 여순사건,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이름이 바뀐 남영동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책 내용을 단순하게 보면 역사 여행이란 냄새도 짙은듯하지만 내면에는 근현대사의 아픔과 서민들의 삶의 모습들을 아픈 편린으로 들여다 보게 만든다.
일반 여행자들은 대부분 아픔을 간직한 역사현장을 찾았을 때 단순히 눈으로 보고 스쳐 지나치는 관광 형태를 취하지만 저자들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역사적 배경까지 마치 '핀셋'처럼 찍어내 세밀하게 재조명한 점이 돋보인다.
독자 배려 차원에서 역사 현장이나 주요 여행 명소에 숨겨진 깊숙한 부분까지 더듬어 독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도 제공한다.
전국 주요 명승지 여행에서는 소소한 지역의 자원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이른바 가장 지역적 소중한 자원이 가장 세계적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자의 시선으로 접근했다.
간추리면 이 책은 저자들의 단순한 전국 여행기가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스멀스멀 전해오는 사람이야기를 꾸밈없이 담아냈다는 점이다.
공동저자인 남편 정학구(61)씨는 1988년 언론사에 입사해 지난해 8월까지 정년 퇴임할 때까지 32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아내 이수경(54) 저자는 1990년 언론사에 입사한 이후 현재까지 일선에서 기자로 활약하고 있다.
부부는 신문사에서 만나 결혼했다.
이후 세상 구경을 핑계로 전국 곳곳을 다녔고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따라 러시아까지 여행한 그야말로 '여행 마니아'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하고 있다.
김해=박석곤 기자 p235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