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정치인' 꿈꾸는 홍태용 국민의힘 김해갑당원협의회 위원장 [지역일꾼]

'의사 정치인' 꿈꾸는 홍태용 국민의힘 김해갑당원협의회 위원장 [지역일꾼]

현 의료시스템 개선하면 시민 공공 의료 혜택 더 많아져  

기사승인 2022-02-22 15:08:15
의술을 펼치는 의사가 대중을 상대하는 정치권에 발을 들어놓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통념상 정치는 의료인으로서 전문영역이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런 사회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의사 정치인'으로 뛰어든 홍태용(58) 국민의힘 김해갑당원협의회 위원장을 지난 21일 만나 그의 인생이야기와 지역현안 등을 들어봤다. 



홍 위원장은 '의료 봉사'와 '정치 봉사'를 끈으로 '의사와 정치'란 두 개의 무기를 장착하고 시민의 심판대에 서고자 한다. 

'시민 보건 의료 공공 이익 실현'이란 묵직한 '화두'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개인 자격보다는 정치인으로 나서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홍 위원장은 "현 의료제도를 정비하면 건강보험 의료재정 낭비요인을 줄이고, 시민에게는 더 많은 공공 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수저' 아닌 '흑수저'로서 아버지 소원을 들어주고자 의사의 길 택해 


홍 위원장은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금수저'가 아닌 가정형편이 어려운 '흑수저'로 자랐다. 

실향민이던 아버지는 김해에서 삶의 터전을 일궜고 아버지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김해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해 토박이'로 정착했다.

청년기에는 궁핍한 시절을 보냈다는 홍 위원장은 "대학입학 때는 학비가 모자라 현 아내(당시 여자친구)에게 돈을 빌려 등록금을 냈다. 인제대 의과대학 입학할 때는 의대가 6년제라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의학에는 무관심했다"고 했다. 

의사와의 인연이 무정한데 왜 의사가 되려고 했을까라는 질문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강조했다. 

"평소 병치레가 많았던 어머님을 보면서 자식들 중 의사가 한 명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의사의 길을 택했다"고 했다.

아버지의 '지령' 아닌 '지령'도 촉매제가 됐다. 

"아버지는 늘 나중에 밥 먹고살게 되면 네가 가진 것 중 하나는 쓰고 나머지 하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쓰라고 한 말씀이 '지령'처럼 들렸다"고 설명했다. 

"의사가 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냐는 물음에는 '월급 의사'와 '개업의사'를 두고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지를 몰라 고민이 많았다. '공중보건의'를 마칠 때쯤 한 병원에서 '페이닥터' 제의를 받았지만 '월급의사'보다는 차라리 병원을 개원하는 쪽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 거절했다"고 했다.

하지만 병원 개업도 쉽지 않았다.

그는 "병원 개업을 앞두고 돈이 없어 고민을 거듭하던 중 장모님께서 전세비용으로 대 준 3000만원을 종자돈으로 은행에 대출을 받았다. 이 돈으로 의사 4명과 함께 당시 경영난을 겪던 병원(마산태봉병원)을 인수했다"고 했다. 

대신 전세비용이 없어 당장 지낼 곳이 없던 그는 교사였던 아내와 함께 처가로 들어가 처가살이를 하는 대가를 치렀다.

이후 병원 운영이 안정되자 평소 소신이던 어려운 사람을 위한 의료 봉사의 길에 나섰다.

험난했지만 보람이 컸던 해외의료봉사에서 마음 치유도 얻어

그는 1999년에 국내 최대 민간국제의료봉사단체인 열린의사회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후 몽골과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아이티, 에티오피아, 레바논, 시리아 난민촌 등 전쟁과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세계 곳곳의 오지를 찾아다녔다. 

열린의사회 회원으로 현지 해외의료봉사에 나서 환자들을 진료하는 모습

위험이 상존하던 험난한 오지 의료 봉사였지만 나름 보람도 컸다.

"당시 오지의 환자들은 몸의 치료를 받았을지 모르지만 정작 저는 이들로부터 마음의 치유를 얻었다"고 회상했다.

열린의사회 가입 이후 지금까지 20년째 해외 의료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김해한솔재활요양병원 병원장을 맡아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그는 "의료의 중심은 돈이 아니고 아프고 소외된 환자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소신을 늘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현실적인 의료시스템 정비해 시민의 삶 더 윤택하게 해야    

그의 오랜 의사생활은 또 다른 영역인 지역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게 한 계기가 됐다. 

의사가 지역 정치인으로 나선 것은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한 일도 아니다.

의사는 늘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의사 직업은 정치란 직업과 상당히 맞닿은 영역일 수 있다

그는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게 정치와 정치인이라면 의사는 정치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직업 중 하나"라고 자신했다.

의사로서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는데 왜 대중의 질책과 심판을 받아야 하는 정치권에 나설까. 

이 물음에는 "오랫동안 의사로 일하면서 현 의료체계의 허점으로 의료 재정이 낭비되고 있고, 보건 의료 제도에 문제가 있는데도 정부가 개선할 생각은커녕 오히려 방관만 하고 있다"며 "현 의료시스템을 조금만 정비하면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국민 건강보험 재정 낭비 요인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제도에 어떤 허점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두가지를 지적했다.

"예를 들면 대학병원에 약 타러 가는 사람 중 절반은 약 처방전만 받으러 간다. 이들은 장시간 기다렸다가 1분 남짓 대학병원 의사와 대화를 나누고는 처방전만 받고 돌아간다. 처방전 발급비용도 일반 병의원과 대학병원 간에 무려 3배나 차이가 나는 건 문제"라고 했다.

"해결책으로는 같은 약 처방전을 반복해서 받는 게 목적이라면 대학병원에 가지 않고도 대학병원에서 발급받은 처방전으로 지역 병의원에서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제도를 개선하면 시민 의료 편익은 지금보다 훨씬 더 윤택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편으로는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요양병원 간에 명확한 환자 입소 기준이 없다 보니 경증환자가 중증환자가 입원하는 노인요양병원에 입소해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들 시설 간의 역할관계를 명확하게 재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김해에 공공의료기관 유치하면 시민에게 더 많은 공공 의료 혜택 제공할 수 있어    
 
지방분권화시대에 지역 정치권의 역할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고향에서 지역민에게 보탬이 되는 일이 있으면 꼭 한번 해 보고 싶다. 병원을 오랫동안 운영하다 보니 지역 현안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고 했다.

2020년 국회의원 김해갑 선거구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 자전거 유세전을 펼치는 모습

그는 "과거 김해생활포럼을 운영할 무렵에 지역 정치 역할의 중요성을 실감한 적이 있다. 당시 포럼활동에서 지역과 지역민에게 도움이 되는 사안들을 발굴해 조례나 정책에 반영해 달라고 관련기관에 건의했으나 전혀 반영이 안 돼 실망이 컸다"고 말해 지역 정치권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지역민과 지역발전을 위해 경남동부권역인 김해지역에 공공의료기관을 유치하면 간병비와 병원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환자를 방치하는 사례를 막고 지역민들에게는 더 많은 의료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의료 공공 이익도 함께 실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홍위원장은 다양한 지역 현안들을 정치권에 접목하고자 2010년 경남도의원으로 나섰다. 2016년에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했다.

이후 2020년에는 제21대 국회의원 김해 갑선거구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 45%의 지지를 받았다. 

그의 인생 전반전이 의사로서 '의료 봉사'의 길을 걸었다면 인생 후반전은 지역주민과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이른바 '정치 봉사의 길'에 나선 셈이다. 

의사 정치인으로서 '의료 봉사'와 '정치 봉사'를 축으로 '시민 의료 공공 이익'을 실현하겠다는 그의 정치권 행보가 어떤 결과물을 창출해 낼지 궁금하다. 

김해=박석곤 기자 p2352@kukinews.com
박석곤 기자
p2352@kukinews.com
박석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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