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국내 게임 산업계의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확률형 아이템, 중국 판호(게임 유통 허가증), P2E(플레이투언·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식) 등의 주요 쟁점에 대해서 원론적 입장을 드러냈다.
박 후보자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내 게임업계가 당면한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업계 내에서는 박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크게 논란이 될 부분은 없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 한편, “후보자가 게임산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앞서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 여러 가지 게임 공약을 내놓은 것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는 답변은 아니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박 후보자는 이날 중국의 판호(허가증) 규제에 대해서 “다각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앞서 “한국이 2017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자 중국 정부는 한한령으로 보복했고, 그 이후 판호를 받은 한국 게임은 3개에 불과하다”며 “자칭 대국이라고 하는 중국이 우리의 자의적 군사적 결정에 판호 미발급으로 보복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게임사는 중국에서 서비스가 제한되는데, 중국게임사는 한국에서 서비스가 되고 있다. 이는 굉장히 불공정한 것”이라며 상호주의(상대국의 시장개방 정도에 맞추어서 자국의 시장개방을 결정하려는 입장)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문화와 정치, 문화와 군사가 엮여 문제로 나타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문화는 정치와 다르게 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중국과 문화 친선을 확장하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판호 재발급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해 논란이 됐던 ‘확률형 아이템’ 사안에 대해서는 다소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게임산업이 성장하는 동안 게임 이용자는 소외됐다”며 “반면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게임사 자율로 규제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는 등 ‘트럭시위(트럭에 비판 메시지를 담아 특정한 장소를 배회하는 시위)’ 이후에도 이용자 권익 보호 대신 규제 완화만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게임문화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용자 알권리 보장해야 한다”며 “우선 확률공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규제라는 일부 업계 의견이 있으나 실효성이 부족한 현행 자율규제 개선이라는 측면과 이용자 신뢰 회복을 위해 합리적 수준에서 규제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확률형 아이템 공약 추진 의지는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게임업계 최대 화두가 된 P2E 이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P2E에 대해 밝힌 입장과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박 후보자는 “새로운 기술이 기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P2E 게임의 경우 산업적 성장 가능성과 사행성 우려가 함께 제기되고 있는 만큼 신중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게임업계는 현재로선 박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는 모양새다. 대체적으로 “아직은 조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중소게임사에 근무하고 있는 개발자는 “청문회 내에서 게임산업 관련 이슈가 큰 주목을 받지 못한 탓도 있지만, 후보자가 여러 가지 얽혀있는 이해관계를 고려해 신중하게 대답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나마 게임산업 자체를 부정하는 부정적인 태도는 나오지 않아 다행이라는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박 후보자의 게임산업 이해도가 다소 낮은 것 같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문체부 장관 후보자의 답변이라기에는 다소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박 후보자의 입장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매뉴얼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자가 게임산업에 대한 접점이 없었기에 업계 내에서 우려가 있었다”면서 “이전 정부에서도 문체부 장관들이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 정책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박 후보자의 인사 청문경과 보고서 채택을 검토 중이라고 3일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회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리 당 의원 중 부적격이라는 사람이 많지만, 이 부분 또한 우리는 적격과 부적격을 병기해 자질 부족이 있음에도 경과보고 채택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