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금지령’ 내린 민주당...수박이 뭐길래 [쿡룰]

‘수박 금지령’ 내린 민주당...수박이 뭐길래 [쿡룰]

수박, ‘겉과 속이 다르다’는 메시지 갖고 있어
우상호 “위기의 요인은 분열의 위기”

기사승인 2022-06-14 06:00:23
매일 전해지는 정치권 소식을 보고 듣다 보면 ‘이건 왜 이렇지’ ‘무슨 법에 명시돼 있지’ 등등 많은 궁금증이 생깁니다. 정치와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법조문까지. 쿠키뉴스가 쉽게 풀어 설명해 드립니다. 일명 ‘쿡룰(Kuk Rule)’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 이원욱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사진=연합뉴스/ 페이스북 캡처

최근 정치권에서는 ‘수박’이라는 용어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수박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을 가만두지 않겠다”며 강력 경고했습니다. 우 위원장이 ‘수박 금지령’을 내린 것인데요.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수박이 뭐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친절한 쿠키뉴스가 정치권에서 이뤄진 수박 논쟁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난 대선, 이재명·이낙연 갈등에 지지자들 ‘수박’ 비하 발언 

수박은 겉은 파란데 속은 빨간 특징으로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수박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한 발단은 지난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때입니다. 경선 후보였던 이낙연 전 대표 측이 경선 상대였던 이재명 의원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비판하자 이 의원의 지지자들이 이 전 대표 측을 수박이라며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재명 의원은 지난해 9월 12일 페이스북에서 “이젠 보수언론과 국민의힘 그리고 민주당 내 인사들까지 수익환수 덜했다고 비난하니 기가 찰 뿐”이라며 이낙연 전 대표 측을 겨냥해 “제게 공영개발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력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고 저격했습니다. 

그러자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수박’은 호남을 모독하는 표현이라며 발끈했습니다. 극우성향 누리꾼으로 몰린 일베 사이트에서 ‘수박’은 5.18 당시 시민군을 비하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취지입니다. 

실제로 일베 사이트에서 수박은 5·18때 진압군에 의해 맞아 피흘리며 죽어가던 사람들을 광주의 특산물이 무등산 수박에 빗대어 ‘수박 터진다’ 등으로 비하하는 용례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낙연 측 이병훈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수박’이란 표현은 호남을 비하하고 차별하기 위해 만든 일베의 언어”라며 “이것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의 문제이고, 우리 당의 정체성과 연결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지선 참패 후, 이재명 책임론 두고 또다시 계파 간 ‘수박 논쟁’ 

이후 이재명 의원이 최종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고 나서는 잠잠해졌던 수박 비난이 최근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 간의 갈등이 일어나자 또다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정세균계인 이원욱 의원이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수박 사진과 함께 “수박 맛있네요”라고 적어 올렸습니다. 이 의원이 지난 지방선거의 참패로 이재명 책임론을 언급하자 이재명 지지자들에게 ‘수박’이라는 비판을 받던 상황을 비꼰 것입니다. 

그러자 이재명계 김남국 의원은 “지지자들이 매를 들어도 그냥 맞아야 할 판인데 조롱하는 글로 지지자를 화나게 하는 글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이 의원은 “수박이라고 조롱하는 분들에게 먼저 글을 올리는 게 낫지 않느냐”며 “이재명 의원이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부탁해도 여전하다”고 맞받아쳤습니다. 

우상호 “위기 요인은 분열의 위기”...전문가 “민주당 조롱거리로 사용돼”

지난 대선에 이어 지선 이후에도 수박 설전이 계속되자 우상호 위원장이 수박 용어 금지령을 내린 것입니다. 우 위원장은 “수박처럼 감정을 건드리는 언어를 쓰기 시작하면 비대위가 정리하기 매우 어렵다”며 “어떻게 같은 당 구성원을 그렇게 공격하느냐. 공당 대표에게 수박이라 하는 분도 있던데 자기모멸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위기 요인은 분열의 위기”라며 “대선 경선 과정부터 불거진 계파 갈등과 감정적 골을 지방선거에서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수박이란 표현이 정치권에서 일상적인 의미와 다르게 사용되고 있지만, 당 일각에서는 우 위원장의 발언대로 계파 간 갈등이 결국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는 ‘수박’이 갖고 있는 메시지가 민주당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국민들 앞에서는 조롱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느낀 우상호 위원장이 수박 용어 사용을 전면적으로 차단하며 당내 갈등을 중단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난 13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수박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국민들 앞에 조롱거리를 만들어주는 셈”이라며 “당 내 계파간 싸움에 수박이 사용되는 것은 분열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으로 우상호 위원장도 당내 갈등을 중단하기 위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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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e231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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