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즐기면 좋은 것들이 여러 가지 있지만, 공포 콘텐츠를 빼놓을 수 없다. 집안에 조명을 다 끄고 에어컨 온도를 21도에 맞춘 후, 헤드셋을 착용하고 공포게임을 즐겨보자. 여름 무더위가 한 방에 사라질 것이다. ‘바스락’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겁쟁이부터 극장에서 홀로 공포영화를 보는 ‘강심장’까지, 여름에 즐기면 좋을 공포게임을 레벨 별로 추천해봤다.
참고로 게임 레벨을 나눈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기자의 판단이다. 무언가 분류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면, 전적으로 독자의 생각이 맞을 것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길 바란다.
반교: 디텐션 - 이제 막 공포게임에 입문하는 겁쟁이(레벨1)
공포게임은 해보고 싶지만, 태생적으로 겁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밤만 되면 신경이 곤두서고 작은 소리만 들어도 온몸에 닭살이 돋는 선천적 겁쟁이들. 라면에 순한 맛이 있는 것처럼, 겁쟁이들을 위한 공포게임도 있다.
이번에 소개할 순한 맛 공포게임은 대만의 게임 제작사 레드 캔들 게임즈가 제작한 ‘반교: 디텐션(이하 반교)’이다. 사이드뷰 형식의 2D 호러 어드벤처로 제작된 반교는 평점 전문사이트 메타크리틱과 오픈크리틱에서 매우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는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PC와 모바일,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됐다.
이 게임은 대만의 아픈 현대사와 학생인 주인공들의 심리를 절묘하게 교차시킨 스토리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또한 빠른 템포와 자극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연출 중심의 서양의 호러 게임들과는 달리 다양한 메타포를 사용해 정적이면서도 인상적인 비주얼을 만들었다. 플레이어는 대만 고교생이 돼 ‘망량’, ‘귀신차사’, ‘거대귀신’ 등의 적들을 피해 끝까지 생존해야한다. 여러 가지 엔딩이 있으니 다회차 플레이를 통해 여러 가지 결말을 보며 스토리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아오오니 - 어디 가서 허세는 부릴 수 있는 겁쟁이(레벨2)
레벨2에 해당하는 겁쟁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공포영화도 볼 수 있다. 극장을 나와서는 “이 정도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라고 자신감을 드러내지만,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우면 영화 장면이 자꾸 반복 재생된다. 그래도 ‘공포’ 콘텐츠를 보면 도전 욕구가 생기는 이들이다.
2004년 출시된 ‘아오오니’는 18년이 지난 지금도 명작으로 회자되는 공포게임이다. 소위 ‘쯔꾸르’라 불리는 게임툴로 제작된 아오오니는 해당 장르 호러게임의 선구자적인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오오니 시리즈는 현재도 다양한 신작이 나오고 있는데,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모바일로 즐길 수 있고 공식 한국어 번역을 지원하는 ‘아오오니2’다.
아오오니2는 전작과 달리 퍼즐과 공포요소가 많이 추가돼 진정한 의미의 공포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오오니2의 스토리는 소름끼치는 반전으로 역대 아오오니 시리즈 중 가장 호평을 받았다. 게임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메인 귀신인 아오오니다. 보랏빛의 신체에 비정상적으로 큰 머리와 동공을 가진 이 괴물 외형은 엉성하면서도 묘하게 공포감을 자아낸다. 특히 메인OST ‘Horor-b’와 함께 달려오는 아오오니를 보면 저절로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하게될 것이다.
리틀 나이트메어 - 이제 겁쟁이 소리는 안 듣겠네요(레벨3)
어디가도 겁쟁이 소리는 듣지 않는다. 공포영화 정도는 거뜬하게 볼 수 있다. 친구들과 함께 극장에 가도 재밌다며 소름을 즐기는 경지에 올랐다. “이제 2D 공포는 시시하다”하다며 “조금 더 사실적인 그래픽을 원한다”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리틀 나이트 메어’는 3인칭 어드벤처 플랫포머(발판이 등장하는 액션 장르)으로 제작된 호러게임이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이 게임은 다수의 게이머들이 어린 시절에 겪었을 법한 공포를 떠올리게 하는 게임이다. 분위기가 어둡거나 갑작스럽게 괴물이 튀어오는 등의 연출은 많지 않지만, 게이머의 심리를 압박하면서 주는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 게임을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귀여운 캐릭터들의 살벌한 행보’라고 할 수 있다. 1편의 주인공 ‘식스’는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변 ‘노움’들의 도움을 받는다. 영리하고 강인한 식스는 병아리를 연상시키는 노란 우비를 입고, 적들을 물리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식스 역시 기묘한 모습을 보여주며, 플레이어에게 알 수 없는 공포감을 전한다.
리틀 나이트메어1을 깼다면 지난해 출시된 리틀 나이트메어2에 도전해보자. 더욱 무섭고 기묘한 스토리에 매료될 것이다.
파피 플레이타임 - 어디서 강심장이라고 말해도 됩니다(레벨4)
이제는 겁이 없다는 소리를 수시로 듣는댜. 어떠한 순간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당신은 진정한 강심장. “공포게임에는 걸맞는 괴물이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당신을 위해서 준비했다.
‘파피 플레이타임’은 마인크래프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미국의 유튜버 ‘Zamination’이 제작한 1인칭 3D 호러게임이다. 이들은 유명 공포게임 ‘파이브나잇 앳 프레디’를 마인크래프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많은 인기를 얻었다. 파피 플레이타임은 스팀에서 얼리 액세스(미리 해보기)로 서비스 중인 게임으로, 현재는 2개의 챕터까지 출시됐다.
퍼피 플레이타임은 과거에는 매우 번창했지만, 10년 전 이유 모를 직원 실종사고로 문을 닫은 장난감 공장의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거 공장에서 일한 주인공은 폐허가 된 공장에서 ‘허기 워기’, ‘마미 롱 레그’ 등의 장난감 보스 몬스터에게 도망쳐야 한다. 보스 몬스터에 쫒길 때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공포스럽다. 두 챕터 모두 훌륭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먼저 챕터 1 ‘터질듯한 포옹’의 분위기가 더욱 압도적이었다. 파란 인형 허기 워기와 처음 대면했을 때,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라면 절로 비명을 지르게 될 것이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 공포, 그게 뭔가요? 먹는거에요?(레벨5)
살점이 썰리고 혈흔이 난자하는 압도적인 비주얼도 웃으며 볼 수 있게 된 당신. 공포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지에 오른 것은 아닐까. 남들에게는 ‘공포 끝판왕’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도 아무렇지 않게 플레이하는 당신을 위해 난이도마저 공포스러운 게임을 추천한다.
SF 호러의 명작 ‘에일리언’ 지식재산권(IP)를 기반으로 제작된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하 아이솔레이션)’은 원작 세계관을 충실하게 고증해 뛰어난 호평을 얻었다. 실제 엘렌 리플리 역을 맡은 시고니 위버가 목소리로 출연했으며, 게임을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7편도 제작됐다. 아이솔레이션은 원작의 괴기한 분위기를 제대로 구현해 극강의 공포감을 선사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주 망망대해에 떠있는 정거장 속에서 홀로 탐험을 해야하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여기에 저장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에일리언을 죽일 수도 없다.
결정적으로 아이솔레이션의 분위기와 난이도를 극악의 공포 수준으로 만든 것은 바로 에일리언의 인공지능(AI)이다. 게임 속 에일리언은 주인공의 행동 방식을 보고 학습할 수 있다. 첫 번째 게임에서 에일리언은 여타 게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추격 AI를 가지고 있지만, 두 번째 부터는 플레이어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앞으로 진행할 예상 경로를 계산해서 움직인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는 함정이나 섬광탄이나 소음 발생기, 리와이어 박스 같은 주변 기기 등을 미끼로 활용해 에일리언의 시선을 돌릴 수 있다. 다만 이것도 한 번 이상 반복하다 보면 전혀 통하지 않아 다음 번에는 되려 던진 방향으로 달려온다. 또한 게다가 콘솔 한정으로 이용자의 마이크 채팅 소리에도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숨참기’와 같은 고유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으면 당신은 어느새 에일리언의 송곳같은 꼬리에 꿰뚫리게 될 것이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