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감금하고 격리 말라” 서울시청 모인 장애인들의 외침

“시설 감금하고 격리 말라” 서울시청 모인 장애인들의 외침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폐지 촉구 집회

기사승인 2024-04-04 16:41:52
4일 오후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폐지’ 촉구 집회가 열렸다. 사진=이예솔 기자

“살아가면서 완벽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실수를 통해 배웁니다. 실패하고, 실수한다는 게 장애인이 시설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돼선 안 됩니다.”

박경인 전국장애인탈시설연대 공동대표는 중증장애인을 시설에 감금하지 말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탈시설은 자유로운 삶을 누리기 위한 당연한 권리”라며 “사회가 나에게 다시 시설로 돌아가라고 할까 봐 두렵다”고 호소했다.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주관으로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폐지’ 촉구 집회가 열렸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 모인 이들은 노란색과 주황색 조끼를 맞춰 입은 채 한데 뒤섞여 “중증장애인을 시설에 감금하고 격리하지 말라”며 구호를 외쳤다.

이날 현장에선 서울시에 대한 비판도 터져 나왔다. 이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서울시가 장애 당사자 목소리는 배제한 채 장애인을 정책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며 “이 세상 누가 지역 사회 살아갈 능력이 있는지 조사받은 뒤에 사회에 나오냐”고 말했다. 이어 이 활동가는 “장애인이 요구한 지원 정책은 주거지원, 활동지원, 취업지원 등이다”라며 “시 장애 담당 부서 관계자들은 장애인들이 17년간 시설에서 살고 있는데도 묵인하고, 입소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4일 오후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폐지’ 촉구 집회가 열렸다. 사진=이예솔 기자

앞서 서울시는 ‘장애인 자립지원 절차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지난 2월 밝혔다. 시설에서 퇴소하길 희망하는 관내 장애인은 전문가 단체의 평가를 받은 다음 사회 적응 과정을 거친 뒤 지원주택에 입소하게 된다. 시는 올해 관내 39개 시설에 거주 중인 장애인 1900여명에 대한 자립역량을 조사할 계획이다.

탈시설 장애인 당사자의 발언도 이어졌다. 김미란씨는 지난해 8월 시설에서 나왔다. 김씨는 “직장도 다니고, 단골 미용실도 생겼다. 맛집도 알게 됐고, 산책도 한다”며 “매일 새로운 꿈을 꾸며 살고 있다. 서울시민이 된 내 모습이 멋있다”고 말했다. 탈시설 이후 느낀 해방감을 설명한 김씨의 발언이 끝나자, 현장에선 박수가 울려퍼졌다.

이들의 바람은 선택의 자유이다. 이들 단체는 “2006년 제정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서는 탈시설을 장애인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며 “장애인 거주 시설은 장애인의 주거 선택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통합’에서는 탈시설의 권리를 명문화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결의대회를 마친 뒤 서울시청 인근에서부터 국가인권위원회까지 행진한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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