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에 흔들리는 ‘건보 재정’…건전성 확보하려면

저출산·고령화에 흔들리는 ‘건보 재정’…건전성 확보하려면

복지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의 역할’ 토론회 개최
2025년 건강보험 총지출 약 105조원 전망
신영석 교수 “자유방임형 현행 의료이용체계 개선해야”
배장환 교수 “지역 환자 외부 유출 방지 위한 통제 필요”

기사승인 2024-04-06 15:00:02
보건복지부는 5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의 역할’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신대현 기자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올해에만 1조4000억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하는 가운데 초고령화와 맞물려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산모, 신생아, 중증질환 등 꼭 필요한 분야에 재정이 알맞게 투자될 수 있도록 의료이용체계를 재설계하고 엄격한 지출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건복지부는 5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의 역할’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필수의료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재정 투자가 필요하지만, 현 의료체계에선 지속가능한 건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짚었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자유방임형 현행 의료이용체계에서 비급여와 실손 보험을 통제하지 않는다면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사회보험체계 하에서 필요 이상의 의료 과잉 소비가 이뤄지지 않도록 이용체계에 대한 소비자 규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030년대에 0%대 성장률이 예상된 상태에서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율을 지금처럼 계속 7% 이상으로 유지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향후 5년간의 건보 재정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저출산으로 인해 경제활동 인구는 감소하고, 고령화로 부양 인구는 증가해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에 따르면, 2025년 건강보험 총지출은 104조978억원으로 예측됐다. 이는 2026년 111조8426억원, 2027년 119조1091억원, 2028년 126조8037억원으로 해마다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은 건보 재정에 여유가 있단 입장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수지는 4조원으로 흑자이고 누적 적립금은 28조원이다. 당장 건보 재정에 여유가 있다지만, 이후 평균 지출 증가율이 수입 증가율을 웃돌면서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 ‘2023~2032년 건강보험 재정 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2026년부터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신 교수는 “의료 이용량의 급증, 실손 보험의 폐해, 건강보험의 공공기능 약화, 지불보상 제도의 한계, 자원 관리의 실패 등 거의 모든 정책이 통합적으로 관리·기획되지 못한 게 의사 부족을 심화시키고 인건비 상승의 원인이 됐다”며 “지역·필수의료가 제대로 공급될 수 있도록 전국 70개 진료권 단위에서 각각 필수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의료의 질이나 지원금, 인증 평가 등 평가체계가 난립하는 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 비급여가 많아 상대적으로 수익 구조와 근무 여건이 좋은 진료과에 의사 쏠림이 심화되고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저출산으로 환자 수가 부족한 진료과는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저보상 되고 있는 분야의 보상을 높이고, 난이도가 높은 분야에 더 많이 보상하는 등 수익구조를 개편하고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배장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진료부터 수술, 재활, 관리에 이르는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국민들의 의료 이용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배 교수는 “제주도에서 1년에 1만6000명의 환자가 서울로 진료를 받으러 가고, 한해에만 8만6000명의 충북권 환자가 경인권 병원에 간다”며 “정부는 이 환자들을 다시 지방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돈을 쓴다. 이런 구조를 갖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의료에 재정을 투입하고 지역 완결형 의료를 만들려면 환자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필수의료 분야와 비필수의료 분야의 보상 격차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보상을 아낌없이 제대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정부는 올해 1조4000억원을 지역·필수의료 강화에 투자한다. 이미 1조500억원은 투자가 됐거나 진행 중이고, 나머지 3500억원 중 1200억원은 조만간 예산 집행이 이뤄질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소아외과 계열 수술료 인상에 500억원, 급성심근경색증 응급시술 범위 확대 및 보상 강화에 300억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사후 보상 시범사업과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공공정책수가 도입에 각각 200억원이 들어간다. 

이외에도 중증·필수의료에 투입된 비용을 사후에 보상하는 ‘대안적 지불제’를 확대 운영한다. 또 환자의 의료 과다 이용을 방지하기 위해 ‘본인부담 차등제’도 도입한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도 병행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질환의 중증도, 치료의 난이도, 위험도, 의료진의 대기시간까지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며 “중증 과잉 비급여 항목이나 기존 급여 중 효과나 경제성이 떨어지는 항목을 조정하고, 젊은 의사들이 지역 병원과 필수의료 분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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