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전문의마저 사직…“소아응급센터 연쇄 붕괴 우려”

마지막 남은 전문의마저 사직…“소아응급센터 연쇄 붕괴 우려”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전문의 ‘0명’
다른 센터에 파장…“환자 몰려 부담 가중”

기사승인 2024-06-04 13:58:47
3월11일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남아있던 마지막 전문의마저 병원을 떠나면서 충청권 지역 소아 응급의료 공백이 현실화했다. 도미노처럼 다른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들이 연쇄적으로 쓰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의 유일한 전문의가 지난달 말 퇴사했다. 국내 첫 센터로 지정된 이후 7명의 전문의가 수많은 소아 응급환자를 봐왔지만 지난해 말부터 병원을 하나둘씩 떠나면서 단 1명만이 소아 응급실을 지켜왔다. 병원은 전문의 채용 공고를 계속 내왔지만 지원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보건복지부가 소아 응급진료의 특수성을 고려해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지정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전국에 11곳이 운영되고 있다. 3교대 근무로 24시간 휴일 없이 센터가 돌아가려면 최소 6명의 전문의가 필요하다. 센터의 규모와 하루 환자 수, 환자 중증도, 의사의 연구나 학술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보다 더 많은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인력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할 정도로 어렵다. 일은 고되고 힘든데 보상은 적고 의료 소송 위험은 크다.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진료가 까다로워 응급의학과 중에서도 세부 분과인 소아응급의학을 전공하는 의사 자체가 드물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전원 이탈의 파장은 다른 센터들로 퍼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순천향대 천안병원 센터가 위태로워지면서 그쪽 지역 환자들이 우리 병원을 찾는다”며 “또 다른 병원 센터가 이틀 정도 운영을 안 했을 때도 우리 쪽으로 환자가 몰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몇 개 없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문을 닫고 일부는 축소 운영하면서 나머지 센터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남아 있는 센터도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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