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총파업 돌입하나…의정 갈등 ‘점입가경’

의료계 총파업 돌입하나…의정 갈등 ‘점입가경’

기사승인 2024-06-07 14:52:44
5월1일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전공의 행정처분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6월 큰 싸움’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총파업 찬반 투표율은 50%에 육박했다. 의과대학 교수 단체들이 의협 총파업에 동참할 경우 의료공백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의협은 오는 9일 서울 용산구 소재 회관에서 전국대표자회의를 열고 총파업 투표 결과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협이 지난 4일부터 진행한 총파업 찬반 투표는 7일 자정 마감된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투표율은 약 49.54%로 유효 투표 인원 12만9200명 가운데 6만4002명이 참여했다. 투표 기한이 남은 만큼 투표율은 더 오를 수 있다.

의협 관계자는 “이번 대표자대회는 범의료계 투쟁의 시작이며 이후 정부의 입장 변화에 따라 상응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면서 “정부는 스스로 일으킨 의료 농단, 교육 농단을 중단하고 의협과 함께 우리나라 의료를 정상화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나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 의대 교수 단체들까지 총파업에 동참할 경우 100일 넘게 지속된 의료공백 사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조건 없는 전공의 행정처분 철회’를 요구하며 오는 17일부터 응급실과 중환자실, 신장투석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하고 전체 휴진에 들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전의비는 이날 오후 총회를 통해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과 서울대병원 단체 휴진, 의협 총파업 투표에 관해 논의할 방침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정부가 모든 전공의에 대해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완전히 취소하고, 현 사태가 악화된 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면서 가시적 해결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전면 휴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3월1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가운을 입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다른 병원도 전면 휴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국 국립대병원장은 7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전공의 사직서 수리 방안과 병원 운영 계획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 개별상담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고 수련병원장, 진료과장이 전공의와 대면상담을 갖고 복귀 의사 등을 확인해달라고 당부한 상태다.

의료계는 정부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의학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의 급격한 의대 증원은 의대 교육 파탄, 전공의 수련 부실화, 국민 의료비 증가, 이공계 인력 파탄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철회와 차별적 행정 역시 전공의들을 필수의료 밖으로 내모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학회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전공의가 복귀하면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해 법적 부담 없이 수련에 전념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조 장관은 행정처분 중단 조치가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는 전공의에 한해 이뤄진다고 제한을 뒀다.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은 전체 전공의 복귀 수준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부연했다.

의학회는 “전공의 행정처분 절차는 전면 취소해야 마땅하다”며 “복귀한 전공의에 대한 행정 처분만 중단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대다수 전공의의 복귀를 어렵게 하는 차별적 행정이다”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복귀의 길을 열어뒀지만 전공의들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4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의 복귀 전공의는 총 1021명으로 전체(1만3756명)의 7.4% 수준이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료 정책 추진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돌아올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지난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전화 인터뷰에서 “전공의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정책에 반발해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냈다. 정책들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리고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이야기했던 7대 요구안이 반영되지 않으면 전공의가 병원에 돌아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5월1일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의 휴진 결정에 중증질환 환자들은 황망해하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6일 입장문을 내고 “중증질환자들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위급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무기한 집단 휴진을 결의한 것은 국민 생명보다 의료집단 이기주의를 합리화함으로써 환자들을 내팽개친 무책임한 행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전면 휴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중증질환자들은 의사의 투쟁 대상이 아니라, 의사가 치료하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며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게 의사의 사명이기 때문에 폭탄이 떨어지는 전쟁터에서도 군의관은 환자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사직의 정당성과 효과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라며 “이제는 의대생과 전공의 각자가 답을 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7일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대위가 오는 17일 무기한 전체 휴진을 결의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가 의료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힘을 함께 모아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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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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