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가 대학병원에서 외국 의사가 진료할 수 있도록 의료시장을 대폭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보건복지부에 관련 공청회 개최를 요청했다. 정부는 공청회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의료공백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외국 의사 활용 방안을 더 살피겠다고 밝혔다.
20일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국내 체류 중인 외국 의사면허 소지자가 수백명 이상으로, 이들의 의료현장 조기 투입 등 대책 마련을 고심할 때”라며 “전날 복지부에 이와 관련한 대국민 공청회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전했다.
지난달 복지부는 전공의 이탈 등으로 인해 의료공백이 이어지는 현 상황처럼 보건의료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에 오르면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연합회는 “입법예고 기간에 반대 의견이 다수를 이뤘지만, 환자와 국민들 사이에선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외국 의사들의 진료 허용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라며 “공청회 개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이 공개되자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여한솔 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지난달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외국 의사들이 자국 의사들을 겁박하고 범죄자 취급하는 나라에 들어와서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진료를)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정부의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 도입 방침에 반대하며 소말리아 의대생 사진과 함께 ‘후진국 의사를 수입한다’는 취지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인종차별 논란이 일자 삭제하기도 했다.
정부는 외국 의사면허 소지자의 국내 의료행위와 관련해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의사가 우리 국민을 진료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단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지난달 1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의사가 없어서 진료를 못 받는 것이 가장 위험하지 않겠나. 우리 국민들은 아플 때 어디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되겠나”라며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헌법의 책무에서 합당한 정부의 태도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외국 의사 활용 공청회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20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외국 의사를 의료 심각 단계에서 예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공청회까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진료공백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