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으로 변질되고 무시당한 전공의 수련…“지도전담의 도입해야”

노동으로 변질되고 무시당한 전공의 수련…“지도전담의 도입해야”

기사승인 2024-09-12 06:00:08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피교육생 신분으로 수련에 매진해야 할 전공의가 진찰, 처치, 수술, 당직까지 다양한 의료 행위를 도맡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 의대 졸업 후 막 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인턴은 환자 진료에서 배제되고 잡일을 떠안는다. 전공의를 우수한 역량을 갖춘 전문의로 양성하기 위해 수련교육 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의학회는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인턴 수련제도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연구 결과’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의학회는 △인력추계 검증 △기초의학 진흥 △전공의 수련환경 △지역의료 △필수의료 등 5개 분야 정책연구 TF(테스크포스)를 구성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용범 의학회 수련교육이사는 현행 인턴제도로는 교육의 질과 여건을 담보할 수 없다며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지도전문의 인력을 확보해 체계적인 수련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수련교육이사는 “각 수련병원이 진료과별로 인턴 수련 기간 동안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교육이 적합하지 않은 수련병원도 존재한다”며 “인턴은 잡일을 도맡아 방임되기 쉽고, 진로 탐색 또한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고 짚었다.

전공의는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피교육생(수련의)이라는 이중 신분 보유자다. 전공의는 인턴으로 1년간 여러 진료과를 돌며 경험하고, 이후 전문 과목을 정해 레지던트로 3~4년간 수련한다. 신분대로라면 이들의 주 업무는 ‘교육’이어야 한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의료현장에서 교수들의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고 입원 환자들을 살피며, 새벽 내내 응급실을 지키는 핵심 인력으로 일하고 있다.

박 수련교육이사는 “현행 1년제 인턴제도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련 기간을 2년으로 연장한다고 해서 문제점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련 프로그램의 질 향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수들은 전공의를 열심히 가르치고 싶어도 환자 진료는 물론 연구 등을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며 “수련과정을 표준화하고, 인턴 지도전담의를 두는 한편 이들을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공의들도 지도전담의 도입에 긍정적이다. 의학회가 지난 7월23~31일 전공의 1415명을 대상으로 지도전문의 필요성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인턴 164명(57%)이 도입에 찬성했다. 더불어 레지던트 316명(50%)이 동의했다. 전공의 표준교육안과 지침서 마련엔 인턴 231명(80%), 레지던트 497명(80%)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진우 의학회장은 정부 정책에 상처받고 기성 의사들에게 실망한 전공의를 아우르고 보듬는 데 선배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 했던 수련 방식이 제도가 완비됐다고 해서 확 바뀌진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 올바른 교육환경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며 “전공의와 교수 세대 간의 갈등이 해결되고 선순환 되길 바라며, 전공의가 복귀해 이상적인 병원 시스템 안에서 일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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