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에 멍드는 프로스포츠

‘승부조작’에 멍드는 프로스포츠

‘승부조작’에 멍드는 프로스포츠

기사승인 2018-12-13 12:23:31

2010년대 초반 프로스포츠를 뒤흔든 승부조작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15년 승부 조작 혐의로 KBO에서 영구 제명된 전 NC 다이노스 투수 이태양은 지난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우람의 결백을 호소했다. 동시에 승부조작을 한 프로야구 선수가 더 있다며 실명을 공개해 파장이 일었다.

지난 9월에는 전 축구 국가대표 출신 장학영이 K리그2 아산 무궁화 소속 이한샘에게 접근해 경기 시작 20분 안에 퇴장을 당하면 5000만원을 주겠다고 승부조작을 제안했다. 

이한샘은 이를 거절하며 경찰에 즉시 신고했고 장학영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이후 장학영은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축구협회에서 영구 제명을 당했다.

프로스포츠가 본격적으로 승부조작에 얼룩진 시기는 2010년대부터다. 

2011년 프로축구에서는 총 55명이 가담한 승부조작 사건이 있었다. 특히 최성국과 김동현 등 K리그를 대표했던 선수들이 직접 브로커 활동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다음해 프로야구 LG트윈스의 박현준, 김성현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야구계에서 퇴출당했다. 프로농구 강동희 전 감독은 브로커에게 돈을 받고 후보 선수 기용으로 승부를 조작한 게 드러나 실형 선고와 함께 영구제명 됐다. 프로배구 역시 승부조작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승부조작은 주로 불법 스포츠 도박에 뿌리를 두고 있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은 브로커를 통해 선수나 감독을 매수해 승부조작을 유도한다. 브로커는 선수들을 승부조작으로 끌어들이고자 선물 제공 등 오랫동안 공을 들인다.

특히 브로커들은 연봉이 낮거나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어린 선수들을 노린다. 스타급 선수가 아니면 선수들의 프로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 성공 여부도 확신하기 힘들다. 브로커들은 낮은 연봉과 불투명한 미래로부터 오는 불안감을 이용해 선수들에게 접근한다. 선수들 입장에선 ‘검은 돈’의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이렇게 매수된 선수들은 경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하며 적으면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뒷돈을 얻어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 스포츠 도박을 규제할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대개 해외 서버를 이용하고 있다. 한국 경찰의 손이 닿지 않고 수사 공조도 어렵다. 가까스로 접근에 성공해도 IP나 서버를 변경하는 터라 수사에 난항이 생긴다. 

국회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관련 규제 법안 등이 전무해 사이트 접근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를 틈타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추산한 지난해 국내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 규모는 약 22조원에 달했다.

선수들의 부족한 윤리 의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유소년 시절부터 과도한 성과주의에 노출되었을 뿐 사회적인 책임의식에 대한 교육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구단별 교육을 강화시켜 제2의 이영하, 제3의 이한샘 등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승부조작을 근절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승부조작으로 인해 KBO에서 영구퇴출된 전 LG 트윈스 투수 박현준은 지난해 1월 신인 선수 교육에서 “승부조작은 가까이에 있다. 동료 선수들 또는 어렸을 때 같이 운동한 친구들에게 승부조작을 부탁받을 수도 있다”며 ”뿌리쳐야 한다. 그러지 못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라고 선수들의 윤리 의식 강화를 당부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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