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4인이 TV토론회에서 맞붙었다. 특히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한동훈 후보를 겨냥한 가시 돋친 신경전이 팽팽했다. 경쟁 후보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의 정체성 논란, 사천 의혹,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 사태 등을 거론하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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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한동훈, ‘이재명 구속 실패’ 놓고 설전
11일 오후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2차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TV토론회’가 열렸다. 나 후보는 이날 지난해 9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사태를 거론하며 공세에 나섰다.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한 후보의 책임론을 끌어올리면서다.
나 후보는 “국민들이 답답해하는 게 왜 이재명 전 대표가 구속이 안됐는지”라며 “당시 국회에서 체포동의요청서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무부 장관이 장황하게 읽고 우파들은 시원하게 생각했지만, 피의사실 공표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영장이 왜 기각됐냐”고 한 후보에게 따졌다.
한 후보는 “같은 당인데 장황하다고 말씀하시니 당황스럽다”며 “영장은 사법부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저희는 검찰이 소명된 내용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영장이 기각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나 후보가 거듭 ‘기각을 예상했냐’고 질문하자, 한 후보는 “검찰의 판단이었다. 제가 영장을 받아본 결과, 영장이 나와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체포동의안을 올린 것”이라고 답했다.
나 후보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전체적으로 전략이 없었던 것 아니냐”면서 “영장 기각은 저희에게 아프다.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에도 영향을 줬고,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영장 기각 후 이 전 대표가 죄가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영장을 발부할 자신이 없었으면 불구속 기소를 했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지금 재판이 정상 진행되서 결실을 앞두고 있다. 그 결과를 보시면 국민께서도 범죄가 엄정하게 처벌받는다는 것을 볼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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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주변에 좌파 많아”…한동훈 “2년간 혼자 민주당과 싸워”
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의 ‘정체성’ 의혹을 집중 공격했다. 그는 “총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가 한 후보의 차별화 전략이었다. 야당이나 좌파들의 선전선동과 헷갈릴 때가 있다는 우려가 있다. 주변에 좌파 출신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파의 걱정은 한 후보가 본인 모르게 트로이 목마가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라며 “한 후보가 우파의 재앙이 되는 것 아니냐’는 메시지가 하루에 수백개가 온다. ‘민주당 대표가 돼야지, 왜 국민의힘 대표가 되느냐’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 대정부 질문 때 문재인 정부 당시 적폐수사할 때가 검사로서의 ‘화양연화(꽃처럼 아름다운 시절)’였다는 말을 했다”고도 지적했다.
한 후보는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2년 간 민주당과 몸 사리지 않고 가장 잘 싸웠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신의 화양연화 발언에 대해서는 “당시 민주당이 저에 대해 일방적 공격을 할 때 그 공격이 얼마나 모순적인지를 지적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며 “그때 저 혼자 최일선에서 민주당과 싸웠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소속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에 관여했던 점도 화두였다. 윤 후보는 “한 후보가 정치하는 목적을 공공선의 추구라고 하셨다. 박 전 대통령에게 검사로서 30년을 구형한 것도 공공선 추구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한 후보는 “그 사안에 대해서는 여러 분들이 관여하셨고, 대단히 가슴 아픈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 지지자들이 탄핵의 강을 건넜는데 다시 탄핵의 강으로 돌아오려고 하는 것은 좀 그렇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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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김의겸보다 못한 원희룡, 구태” vs 元 “당무감찰로 밝힐 것”
한 후보가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한 후보는 주도권 토론 첫 상대로 원희룡 후보를 지목하며 “제 가족이 공천에 개입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근거를 말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원 후보는 “같은 내용이 지난 5월 CBS에 보도됐다”며 “국민의힘, 국민의미래에서 도저히 한동훈 위원장을 포함한 주변인물, 측근이 관여한 것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공천이 자행됐다”고 했다.
한 후보는 “제 처(妻)가 관련된 게 어느 부분이냐. 지금 이야기하라. 선거 전 오물 뿌리는 것이지 않나”고 재차 따졌다. 그는 법무부 장관 시절 이른바 ‘사설 여론조성팀’을 운영했다는 의혹에 대해 “저랑 무관한, 제가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례대표 공천의 가족 등 개입 의혹에 대해선 “(의혹이 제기된 후보) 두 명과 제 처(妻)가 아는 사이라거나 일면식이 있다면 정계 은퇴하겠다”고 초강수를 뒀다.
원 후보는 “특정인을 아직 지목하지 않았다.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중요하고 합리적인 의혹이 있기에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또 “구체적 사실관계를 다 이야기하면 가까운 분들인데 증거를 조작하실 것이냐”며 “(한 후보가) 다 부인할 테니 당무감사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원 후보가 아무런 근거 없이 주장하고 있다며,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에 원 후보를 빗댔다. 한 후보는 “김의겸 의원은 녹음이라도 틀었다”며 “원 후보는 김 의원보다 못한 것 같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그냥 던져 놓고 다음으로 넘어가고, 이런 식의 구태 정치는 그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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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당적 포기 필요?’ 질문에…4인 모두 “아니오”
드물게 당권주자 4인이 한목소리를 내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들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 당적 포기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모두 ‘아니오(X)’라는 답변을 내놨다.
나 후보는 “저희는 대통령 탄핵을 경험한 정당이다. 대통령의 성공과 우리의 재집권은 다 연관이 있다”며 “대통령만 떼어놓고 우리는 깨끗하다 잘했다고 하면 결코 표를 얻을 수 없다. 당적 포기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명박(MB) 정부 말기를 언급하며 “뺄셈 정치가 아니고 덧셈정치를 해야 된다. 아무리 대통령이 잘못하더라도 자산과 부채를 같이 가져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원 후보 역시 “대통령이 밉든 곱든 지지율이 떨어졌든 함께 변화하고 지지율을 회복해야 정권이 재창출된다”며 “대통령 인기가 떨어졌다고 해서 섣부른 차별화를 하면서 당정 충돌하면 필패”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는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 그걸 위해선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 하고 제가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