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롱패딩이 불붙인 롱패딩 열풍…등골 브레이커 낙인까지

평창 롱패딩이 불붙인 롱패딩 열풍…등골 브레이커 낙인까지

과거와 달리 가성비도 '고려'

기사승인 2017-11-25 05:00:00

#고등학생 아들을 둔 김모(42) 씨는 평창 롱패딩 열풍을 전후로 아들이 롱패딩을 사 달라고 졸라 난처했다. 김 씨는 "브랜드 롱패딩 하나쯤 있어야 교실에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다고 조른다"며 "유행이 되어버려 빠지고 싶어도 어쩔 수 없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 롱패딩 인기가 심상치 않다. 롱패딩은 길이가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긴 기장의 패딩을 의미한다. 그 안에는 오리털이나 구스 충전재로 채워져 바람을 막아주고 따뜻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롱패딩이 저마다 학교갈 때 하나씩은 있어야 하는 필수품이 되면서 부모의 가격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일찍 추워진 날씨에 평창 롱패딩으로 입소문…아이돌 제품도 가세 

올해는 유난히도 추위가 빨리 찾아왔다. 겨울이 대목인 아웃도어업계는 미리부터 올해 유행을 긴 기장의 파카로 잡고 롱패딩 제품을 미리 준비했다. 연예인이 촬영 중 휴식 시간에 입는 '벤치파카'라는 이름을 따와서 벤치파카 시리즈를 주로 내놓았다. 

그런 와중에 롯데백화점에서 기획된 평창 롱패딩이 롱패딩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평창 롱패딩은 14만9000원의 가격으로 구스 솜털과 깃털 비율이 8:2로 충전재 자체도 짱짱하다. 가격 파괴라고 할 수 있는 가성비와 스타들의 착용샷이 인기를 끌면서 청소년 층에서 입소문을 먼저 탔다. 

지난 22일 롯데백화점에 남은 7000여점 재입고에 따라 돗자리를 깔고 밤을 새며 기다리면서 열광적인 인기를 실감케 했다. 현재 14만원대인 평창 롱패딩을 구하기는 이제 하늘에 별 따기여서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판이다. 실제로 중고 사이트에서 평창 롱패딩은 2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이모(14)군은 "평창 롱패딩은 구하기도 너무 어려워 포기했다"며 "대신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오는 패딩을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10대들을 겨냥해 아이돌 모델과 광고를 찍은 업체들도 많다. 방탄소년단(푸마), 워너원(아이더), 세븐틴(다이나핏) JBJ(휠라)등 아이돌 마케팅이 활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 모델이 있는데도 롱패딩 모델을 따로 쓰는 등 10대들을 겨냥하기 위한 마케팅을 많이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배우 공유를 모델로 내세운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11월 첫 일요일이었던 지난 5일 하루 매출액 44억원을 찍었고 그 다음주인 12일에는 5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날 기준으로도 180% 성장했다. 레드페이스의 '울리패딩 롱우먼재킷'은 11월 들어 4주 연속 3배 이상의 매출을 보이며 소진율 80%를 기록했다.

홈쇼핑에서도 롱패딩 제품을 기획했다. 슈퍼주니어가 나온 CJ오쇼핑의 씨이엔 롱패딩은 1만9000세트가 팔려 완판을 기록했다. GS샵의 '푸마 라이트웜 벤치 코트'는 방송 동안 10억원 어치가 팔려나갔다.

◇ 등골 브레이커 부작용도…"과거와 비교하면 애교(?)" vs "그래도 부담" 의견 갈려  

롱패딩이 아무리 싸도 20만원대는 하는데 교복처럼 모두 사 입는 수준이라 '등골 브레이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등골 브레이커란 학부모의 등골을 빼먹게 하는 비싼 제품이라는 말로 예전 노스페이스의 비싼 파카가 그 시초다. 

그러나 예전의 등골 브레이커와는 다르게 이번 롱패딩 열풍은 조금 다른 구석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선 가격이다. 중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노스페이스 눕시(25만원)와 노스페이스 히말라야(80만원)은 가격 자체가 너무 높게 형성돼 있어 등골 브레이커라고 불렸다. 그 이후로 유행한 캐나다 구스는 100만원대, 몽클레르 패딩은 2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으로 많은 이들을 경악케 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평창 롱패딩이 인기를 끌고 있는 걸 보면 이제는 가격이 높은 것만이 꼭 좋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디자인이다. 예전에는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히고 색깔이 튀고 두꺼운 헤비다운이 유행이었지만, 최근에는 경량 제품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평창 롱패딩으로 대표되듯 브랜드 로고가 없고 어디에서든 어울리는 톤다운된 컬러에 심플한 제품이 인기가 높았다. 

디자인이 다양해지며 가격대도 매우 넓어졌다. 예전에는 가격별로 등급을 나누듯 했다면, 최근에는 어떤 브랜드든 따뜻하고 예쁘기만 하면 그렇게 상관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저가 브랜드에서는 평창 롱패딩의 열기에 10만원대 패딩이 속속 제작되기도 했다. 

실제로 유니클로 등 SPA업계에서도 이벤트 기간에 구입하면 16만9000원에 살 수 있는 저렴한 롱패딩을 내놓아 반향을 얻었다. 평창 롱패딩의 제작업체인 신성통상의 SPA브랜드 탑텐에서도 '류준열 패딩'으로 불리는 폴라리스 롱패딩 점퍼는 12만9900원이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한 학생은 "평창 롱패딩 열풍이 말해주듯 가격보다는 가성비와 스타일을 더 신경쓰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학생들이 선호하는 아디다스, 나이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와 노스페이스, 블랙야크, K2, 네파, 코오롱스포츠 등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의 대표 제품은 아직도 30만원대 이상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여전히 싸지 않은 롱패딩을 교복처럼 입는 것은 학부모에게 부담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일부 학교에서는 위화감 조성을 막기 위해 교실에서는 입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평창 롱패딩은 유통업계의 선주문으로 대표되는 기획력과 신성통상의 경쟁력이 잘 만나 이뤄진 작품"이라며 "보통 롱패딩은 여전히 비싸 학부모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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