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가 줄어 대학이 설 자리가 위태롭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모집 정원에 비해 저조한 지원자 수로 인해 미달사태가 속출하고 문을 닫게 되는 사례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대학들은 교육력을 강화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교육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대학이 살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자율성 보장과 재정 지원 확대가 맞물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 입학절벽 도래… “2021년 지원자, 모집 인원보다 7만명 적어”
학령인구 감소 여파가 매섭게 일고 있다. 불과 3년 뒤인 2021학년도부터는 대학입시 지원자 수가 모집 정원을 크게 밑돌게 된다. 대규모 미달사태가 본격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교육통계서비스 및 통계청 자료 분석 결과, 2018학년도 기준 고교 학년별 학생 수는 3학년이 57만여명, 2학년 52만여명, 1학년 45만여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3학년의 경우 지난해 대비 8천여명 늘어나지만 2학년은 5만여명, 1학년은 6만여명 줄어든다.
학생 수가 2년 연속 급감한 2021학년도 대학 입학 때는 고교 졸업생 수가 45만명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진학이 적은 편인 특성화고 학생을 제외하면 38만명 규모로 떨어진다. 현재 대학 모집 인원은 전문대를 포함해 총 55만5,041명(2019학년도 기준)이다. 분석을 이끈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올해 고1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1년에는 졸업생과 10만명가량인 재수생을 합쳐도 대입 지원자가 모집 인원보다 6만∼7만명 정도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수가 줄면서 필요 없게 되는 대학의 수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연구에서 대학 모집 정원과 입학생 수를 따져봤더니 2022년에 전문대 43곳, 2024년 4년제 73곳이 학생이 없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추정됐다.
입학 자원이 없으면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대학 재정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부족한 정부 지원을 대학이 알아서 메우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교육 재원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담률은 1.2%로, OECD 평균 0.5%의 2배 이상을 웃돈다. 반면 정부 부담 비율은 1.0%로, OECD 평균(1.1%)에 못 미치고 있다. 이마저도 학자금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 교육과정 내실화 기한다… “대학 자율성·재정 지원 확보돼야”
실제 대학가에서는 학생 수가 줄면 경영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또 이에 따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인식도 커졌다. 상당 수 대학은 기존 교육력 제고 방침을 더욱 강화하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학생들의 선택을 받아야 할 입장에서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고 관리하는 일부터 분명히 해두자는 것이다.
서지영 대학교육협의회 정책연구팀장은 “현재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따른 문제도 극복해야겠지만, 학생 참여형 수업을 확대하는 등 미래교육 비전도 함께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기본적 기능이자 역할이라 할 수 있는 학습 지원 시스템 설계 및 운영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서 팀장은 “교육과정의 내실화를 기하지 않고서는 학생 유치도 사실상 어렵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그간 취업 특화 전략을 펼치거나 대학 간 연합전선을 구축해 교육 교류를 전개했고, 살점을 도려내는 구조조정까지 단행하며 위기에 대응해왔다. 이 과정에서 매번 제기된 주장은 대학이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주체성과 자율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문이든 사상이든 자율이란 가치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지식생산조직이 돼야 하는데, 정부 주도 정책으로 제한받게 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이 학생 수가 줄어 위기의식을 갖는 이유는 정부가 정책을 밀어붙이는 반면, 재정 지원에는 소극적이기 때문이다”라면서 “대학이 등록금이 줄어도 교육과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마치 사업부서처럼 재정사업 따오는 데 혈안이 되지 않도록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이 위기를 기회 삼아 경쟁력을 높이고 특성화에 성공하려면 대학 내에서 이를 검토하고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논의 기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이 특성화를 내걸기 위해서는 장기적 계획을 갖고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논의의 장을 거쳐야 하는데, 지난 정권까지는 시간적 여유 등을 보장하지 않아 실현될 수 없었다”며 “특성화를 비롯한 대학 운영의 성패는 결국 구성원의 지지에 달렸다”고 전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