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보희와 녹양', 무공해 성장 모험담이라는 장르명이 보여주는 자신감

[쿡리뷰] '보희와 녹양', 무공해 성장 모험담이라는 장르명이 보여주는 자신감

'보희와 녹양', 무공해 성장 모험담이라는 장르명이 보여주는 자신감

기사승인 2019-05-22 07:00:00

보희(안지호)와 녹양(김주아)은 같은 날 같은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단짝 친구다. 보희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은 비쩍 마른 몸을 가진데다가 유약하고 섬세한 성격이다. 반면 녹양은 어딜 가든 당차다는 소리를 듣는 씩씩한 소녀. 두 사람은 학교에서 ‘연애한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둘도 없는 친구다. 보희는 어릴 적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셔서 엄마와 살고, 녹양은 자신을 낳다 돌아가신 엄마 대신 할머니와 아빠, 두 사람과 산다. 

어느 날 보희는 동네에서 미용실을 하던 엄마가 남자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고 길을 가는 것을 보게 된다. 남자친구냐고 묻는 보희에게 엄마는 아니라고 답하지만, 본능적으로 보희는 그가 엄마의 남자친구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어쩌다 알게 된 아빠의 생존 사실. 이복누나인 줄 알았던 나미 누나가 사실은 사촌누나라는 것을 알게 되고, 사촌누나의 남자친구와 어쩌다 보니 함께 자게 된다. 보희의 인생에 변화가 시작되는 것은 그 때부터다.

분명 살아있지만 보희에게 자신의 존재조차 알리지 않은 아빠를 생각하며 보희는 그를 찾아나서게 된다. 녹양은 보희의 옆에서 그런 보희를 영상으로 찍는다. 열네 살의 두 소년소녀가 아빠를 찾아나서는 길은 험난하지만 새로움으로 가득차 있다. 그리고 두려움도 함께한다.

‘보희와 녹양’(감독 안주영)은 소년 보희의 성장담이다. 자신에게 없는 씩씩함을 가진 녹양이를 동경하고, 자신을 경멸하는 급우에게도 한 마디 하지 못하는 보희. 항상 영화들 속에서 십대 소년은 쾌활하거나 힘찬 존재로 나오지만 보희는 아니다. 영화는 당차지도 못하고 긍정적이지도 않은 보희가 목표한 바를 찾아가고 헤매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그 과정에서 보희는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겪는 고충이며 경험을 얻게 되고, 동질감으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보희 역을 맡은 안지호는 영화들이 흔히 그리는 이상적인 소년은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볼 수 있음직한 소년을 그려낸다. ‘보희와 녹양’으로 제 44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배우 부문 독립스타상을 수상했다. 녹양 역을 맡은 김주아 또한 싱그럽고 발랄한 웃음으로 영화를 환기시킨다. 서현수, 신동미 들의 조연 배우들 또한 확실한 존재감으로 영화의 러닝타임을 채운다.’무공해 성장 모험담’이라는 장르명에서 영화의 자신감이 보인다. 오는 29일 개봉.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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