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 강진군농민회는 지난 13일 농협중앙회 강진군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횡령사건은 사리사욕에 눈이 먼 몇몇 직원의 비리 행위도 문제지만, 밀실경영, 운영공개거부, 책임회피를 일삼으며 ‘자기들만의 비밀왕국’을 만들어온 농협 적폐가 사건 발생의 근본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농민회 등에 따르면 강진군농협통합RPC 대표이사와 영업과장은 지난해 8월경 RPC에 보관 중이던 쌀 28톤을 빼돌려 민간업체 2곳에 판매해 5000만 원을 챙겼다.
이 중 3000만 원은 판매 장려금으로 업체 2곳에 돌려줬고, 2000만 원은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 부족을 확인한 RPC 직원 박 모씨가 지난해 10월 중순 RPC 출자 농협에 알리면서 자체 감사로 이어졌고, 감사를 통해 문제가 드러났다.
RPC는 농협중앙회 특별감사를 요청해 11월 특별감사가 진행됐고, 감사 결과는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횡령 내용을 알린 박 씨가 지난 1일 새벽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농민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쌀횡령사건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다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 비리 사실을 알린 직원을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두 달이 넘도록 비리 현장에 방치한 무책임 대처가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 원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8월에 발생한 횡령사건의 감사를 11월에 진행한 늑장대처를 꼬집은 농민회는 “강진 농협 RPC 쌀횡령사건은 그동안 말만 무성한 여러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금 밝혀진 횡령 규모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주장해 추가 횡령이 드러날지도 관심사다.
농민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8월 이후 현재까지 강진쌀공동사업법인 이사회의록 공개, 횡령사건 자체감사 결과보고서 공개, 횡령사건 엄중처벌 방안 제시와 외부 회계감사 실시, 조합원 참여 보장을 위한 농민조합원 사외이사제도 등 실시를 요구했다.
또 유명을 달리한 직원의 명예를 회복하고 합당하게 예우할 것도 촉구했다.
양오길 강진군농민회장은 기자회견 후 김엽수 농협중앙회 강진군지부장에게 질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질의서는 ‘강진 농협 통합 RPC 쌀횡령사건 진실규명 5대 과제’로 쌀 횡령사건이 고질적, 구조적 사건은 아닌지, 조직적 범죄는 아닌지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 쌀 횡령사건에 대해 이사회와 감사는 원칙대로 대응했는지, 한 직원이 죽음에 이른 직접 원인은 무엇인지, 공동법인에 왜 농민조합원의 개입과 견제는 원천 봉쇄돼 있는지는 밝힐 것도 요구했다.
한편 횡령사실이 드러난 대표이사는 해임, 영업과장은 대기 발령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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