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에 걸친 코로나 19사태는 우리의 일상을 너무나도 급격히 바꾸어놓았고 2021년 10월 말 현재 전 국민의 70%가 넘는 백신 접종률에 힘입어 이제야 조심스레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이렇게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 시점에 일부 지역 도의원 감축 이야기가 해당 군민들의 화두가 되어, 이를 지켜내기 위한 전 군민 서명 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역사를 살펴보면 8.15해방과 함께 정치적, 사회적 혼란 속에 6·25전쟁 이후 최초로 지방의회가 1952년에 구성되었으나 정착되지 못하고, 1961년 10년 만에 중단되었으며, 1991년 기초 및 광역의회가 재구성되면서 올해로 지방자치 부활 30년을 맞이했습니다.
또한,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풀뿌리민주주의의 근원인 지방자치제의 성숙된 발전상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국정 목표로 삼았던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위한 헌법 개정은 아직 본격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에 집중된 행·재정권을 지방에 이양하는 것도 큰 과제로 남아 있는 시점에서, 헌법재판소의 공직선거법 광역의원선거구 일부 위헌판결은 지방자치제도 속에서마저 도시와 농촌 간의 양분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여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10월 18일 정부에서는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 지방 살리기에 본격 나선다.”라고 발표하고 행정안전부에서 89개 지역을 인구감소 지역으로 지정, 행․재정적 지원을 통해 지역 인구 활력도 증가의 일대 전환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선거제도에 대한 변화를 통해 정부의 정책이 집중되는 효과를 보아야 합니다.
한 축으로 예산을 투입해 소멸지역 인구 늘리기 정책에는 환영하나, 또 다른 한 축인 선거제도는 되려 선거구의 “인구 등가성”을 4:1→3:1로 맞춘 2018년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일치 판결로 인해 기대에 역행하는 결과가 아쉽습니다.
양원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상원은 인구수와 무관하게 각 주마다 2명씩 배정하여 지역 대표성을 가지며, 하원은 인구수에 비례해 선출해 상·하원 의원이 지역과 인구를 적절히 배분해 대표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원제를 채택하고 있기에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단순히 인구수에 비례해 뽑는 것이 아니라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생활권, 지세, 교통 등 비(非)인구적인 요소들도 함께 고려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헌재 2018헌마415] 판결 전문을 읽어보면 투표가치의 평등에 대한 고민과 인구 비례의 원칙 이외에 비(非)인구적 요소들을 얼마나 고려하여야 할 것인가에 대해, [헌재 2007.3.29. 2005헌마985]와 [헌재 2014.10.30. 2012헌마192] 등을 인용해 설명하고 있으나, “기준을 채택한 지 11년이 지났고 인구 편차의 허용한계를 보다 엄격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판결한 부분은 도농 간의 인구 편차가 갈수록 심화 되는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오히려 11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도농 간의 인구 편차는 더욱 심화 되어 비(非)인구적 요소들을 더 반영한 기준으로 각 지역의 대표성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헌재의 결정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현재 경상남도의 광역의원 선거구는 52개이며 10개 군부 중 광역의원 선거구가 2개인 곳은 함안, 거창, 창녕, 고성 4곳뿐이며, 나머지 6곳은 지역을 대표하는 도의원이 1명뿐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헌재 위헌판결을 반영하면 모든 군부는 인구 편차 하한선을 충족하지 못하여 1명씩 밖에 둘 수 없으며, 52명의 경남 광역의원 중 군부는 10명으로 전체의 19.23%에 불과합니다.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당시 경남 광역의원은 86개의 선거구 중 군부가 50개로 58.14%였던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편차를 나타내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군부의 비중을 반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 지금의 선거구는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헌재의 판결과 같이 인구 편차에 치중한다면 전국 각 광역시도별 인구수 대비 선거구 수는 너무나 큰 오류에 봉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예로 현재 경상남도의 인구는 약 332만 명으로 전라남도의 인구 약 148만 명과 비교하면 거의 배나 많지만, 광역의원 지역선거구 수는 52개로 같으며, 경상북도의 경우에도 경상남도보다 인구가 69만 명이나 적은데도 불구하고 광역의원 수는 오히려 2명이 더 많은 실정입니다.
또한, 의령군의 경우, 9월 말 현재 인구수 2만6381명으로 헌재에서 요구하는 하한선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의령군을 대표할 광역의원이 없다면 그것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리라 생각됩니다.
현재 공직선거법 제22조1항에 따르면 경남의 경우 최고 57개의 광역 지역선거구를 둘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57개의 지역선거구를 획정하더라도 하한선을 충족하지 못하는 고성군의 선거구는 1석이 줄어드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현실입니다.
따라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소멸지역의 선거구는 “인구 등가성”과 함께 “행정구역”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행정구역에 최소 2명의 광역의원을 두어 도시와 농촌의 균형을 꾀하고 진정한 지방자치를 구현해나가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지방자치 30년을 준비하는 현시점에서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우리 모두의 과제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