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충남도지사의 발탁인사 무산과 관련한 사과 발언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연이어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3일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발탁 승진 약속을 지키지 못해 유감”이라며 사과한 데 이어 6일 첫 팀장 간담회 자리에서도 재차 사과의 뜻을 밝혔었다. 

그런데도 8일 공보실에서는 비슷한 내용의 사과 배경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해 이목을 끌고 있다. 

충남도지사가 모든 직원에게 사과 서신을 보낸 것 자체가 초유의 일일 뿐만 아니라 연일 사과의 뜻이 전달되면서 직원들도 갖가지 반응을 내놓고 있어서다. 

한 직원은 “지사의 사과 메일을 받고 당황도 됐다”며 “처음에는 이것이 사과까지 해야 할 일일까라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앞으로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진정성을 느낄 수 있어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기자들 사이에선 지사가 연이은 사과 이면에는 공직사회에 대한 무언의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며 해석이 분분하다.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연공서열이 중시되고, ‘철밥통’으로 인식되는 곳이 공직사회다. 

애초 김 지사의 발탁인사 지시는 공직사회가 시대에 부응하고, 현장 업무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시였지만, 어찌 보면 조직적 반발로 비쳐질 정도로 낭패를 보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 지사는 “그동안 일은 현장에 있는 전문직들이 다 해놓고 앞으로 행정직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며 “질서를 잡겠다”고 격노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치국을 폭파(?)한 의미를 생각해 보라. 앞으로 승진하기 위해 점수관리만 하는 관행을 고치겠다. 복수직 자리에는 비행정직을 우선 배치하는 부분을 고려하겠다”고 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김 지사의 이번 연이은 사과가 겉으로는 “발탁인사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근평(勤評) 위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는 했지만 행간을 잘 들여다보면 의미가 달라진다. 

앞으로의 인사에서는 연공서열 위주의 인사 관행에 메스를 가하고 조직의 활력을 꾀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그동안 인사에서 소외되고 일선 현장부서에 일하는 전문직이나 토목, 환경직 등 소수직렬에게 힘을 실어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사실 국회 의정활동이나 정무부지사 시절 도정을 경험한 김 지사에게 탁상행정은 타개하고 싶은 유혹이었을 것이다. 

행정직렬이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전문성도 없이 돌아가며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한 그 틀을 깨기는 쉽지 않다는 것도 모를리 없는 김 지사이다. 

김 지사가 실국원장 회의나 과장급 회의가 아닌 팀장들과의 미팅 자리에서 연거푸 유감을 표한 것이나, 인사 시스템 개선을 약속한 것은 이러한 관행을 깨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앞으로 김 지사의 행보가 인사를 독점해 오던 뿌리 깊은 ‘그들만의 리그’를 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내포=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