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의료공백…임상강사·전임의 “이대론 의업 못 이어가”

커지는 의료공백…임상강사·전임의 “이대론 의업 못 이어가”

“잘못된 정책 강행해 의료 혼란·공백 초래”
비상진료체계 유지 마지노선 ‘2~3주’

기사승인 2024-02-20 14:05:58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사진=임형택 기자

집단 사직으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의료공백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이들의 업무를 떠안게 된 임상강사와 전임의(펠로우)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전임의들마저 병원을 등진다면 공백 사태가 손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어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82개 수련병원 전임의와 임상강사들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의료 정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임상강사와 전임의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수련병원에서 임상의사 혹은 연구자로 근무를 이어나가 세부전공을 수련하는 의사다. 임상강사와 전임의들이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정부 정책은 현 의료계의 현실과 고령화, 저출산으로 야기될 보건상황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진행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사안이 단순히 의대 정원 증원의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의료 정책에 대한 진심 어린 제언이 모두 묵살되고 국민들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상태에선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명목 하에 장기적인 의료 문제를 야기할 잘못된 정책을 강행해 의료 혼란과 공백을 초래했다”며 “의료인에 대한 협박과 탄압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보건 정책을 위해 의사들과 진정한 소통을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이들마저 의료현장을 떠날 경우 의료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각 병원들은 급하지 않은 수술이나 입원을 연기하고, 당직에 교수들을 대거 동원하면서 전공의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중증·응급 환자 중심 체계로 전환하고, 경증·비응급 환자는 종합병원이나 병·의원으로 가도록 조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비상진료체계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은 대략 2~3주 정도로 여겨진다. 2020년 의사 총파업 당시에도 수술 취소, 진료 차질 등 의료대란이 벌어졌고 결국 정부는 의료계가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지 2주 만에 백기를 든 바 있다.

정통령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비상진료상황실장은 지난 19일 브리핑을 통해 “여러 병원 상황을 보면 대략 2~3주 정도는 기존 교수님들과 전임의, 입원전담전문의, 중환자실전담전문의 등 전공의를 제외한 인력으로 큰 차질 없이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그 이상으로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이들의 피로도가 누적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이때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 중 필요한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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