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강자’였던 중국 화장품 시장이 가라앉고 있다. 국내 화장품 회사도 중국 시장에서 점점 손을 떼는 분위기다.
17일 관세청의 6월 대 중국 화장품 수출 통계에 따르면 립스틱을 제외한 기초화장품 등 7개 핵심품목은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특히 K뷰티의 주력품목인 기초화장품 수출은 지난해 동월 대비 38% 떨어졌고, 7월에도 하락세가 지속되면 총 수출액은 1000억원 이하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8.1% 증가한 48억2천만달러(약 6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K-뷰티 수출액 뿐만 아니라 중국 내 화장품 소매 판매 증가율도 낮아지고 있다. 중국 사회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6월 전체 화장품 소매 판매 증가율은 지난 2020년부터 매년 줄어들기 시작했다. 성장률로 보면 2021년 13.5%, 2022년 8.1%, 지난해 6월 4.8%에 그쳤다. 올해 6월은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감소했다. 근 10년(2015~2024년)간 처음이다.
이처럼 중국 화장품 시장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국내 화장품 업계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 동남아시아 등을 타깃으로 수출 전략을 바꿨다. 아모레퍼시픽은 서구권 호응에 힘입어 1분기 매출이 전년 742억원에서 42% 증가한 1051억원을 기록했고, 미주 지역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 미국 화장품 수출은 전년 대비 44.3% 증가한 12.3억 달러였으며, 올해 1~3월에도 전년 동기비 58.1%의 높은 증가율 기록해 주력 시장 안정권으로 자리잡았다.
또 지난해 대 일본 화장품 수출은 전년 대비 7.1% 증가한 8.2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3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했고, 2년 연속 일본에서 수입화장품 점유율 1위를 선점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중국 화장품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은 맞지만,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업계는) 어느 정도 중국 수출 비중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면서 “그러나 최근 미국이나 일본 등을 중심으로 인디브랜드 화장품이 너무 빠르게 성장했고, 중국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미, 일본,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뚜렷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