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두 사람의 다른 캐릭터가 서로의 목적을 위해 의기투합해 영화를 끌어가는 이른바 ‘버디물’은 영화판에서는 그리 희귀한 장르는 아니다. 한국의 경우 ‘투캅스’ 이래로 버디물은 흥행이 약속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검사외전’(감독 이일형)도 마찬가지다.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징벌하는 시나리오에 배우 강동원·황정민이 주연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악인들을 일벌백계하기 위해서라면 강압적인 수사나 폭력 수사도 마다하지 않는 검사 변제욱(황정민)은 리조트 시공현장에서 일어난 환경단체와 리조트 측 간의 폭력시위 사건을 맡게 된다. 해당 폭력시위에서 한 의경이 사망했고, 피의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리조트 측의 조직폭력배 투입 정황이 포착됐다. 선배 검사인 우종길 차장(이성민)은 수사를 대강 마무리하라고 지시하지만 변제욱은 이를 강행하려다가 피의자가 돌연 사망, 폭행 치사 누명을 쓰게 된다. 구속 수감된 변제욱은 치열하게 누명을 벗으려고 시도하나 손발이 다 잘린 상태에서 석방은 요원하다.
그리고 변제욱의 누명을 벗길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이 등장한다. 한치원은 본능적으로 사기를 치는 천재 사기꾼이다. 구속된 상황에서도 자신을 면회 온 여자에게 ‘한국 사정을 몰라 사기당해 교도소까지 떨어진 순진한 유학파 청년’을 능청스럽게 연기한다. 변제욱은 자신이 가장 경멸하던 부류의 인간인 한치원에게서 한 줄기 빛을 본다. 자신의 누명을 벗을 구원의 길이다.
‘검사외전’은 구정 연휴를 타깃으로 노린 만큼 관객들이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을 나온 유학생으로, 서울대생으로, 서울남부지검 검사로 계속해 변신하는 한치원 역을 맡은 강동원의 ‘연기 속 연기’는 관객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러닝타임 126분 내내 황정민과 강동원은 공간을 넘나들며 찰떡같은 호흡을 보여준다. 여기에 언론지상의 스타가 되기를 원하는 양 부장검사 역의 박성웅까지 가세해 웃음 폭탄을 던진다.
아쉬운 것은 황정민의 캐릭터다. ‘신세계’를 위시해 ‘국제시장’ ‘베테랑’ ‘히말라야’까지 황정민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정서는 대부분 일맥상통한다. 관객은 황정민이 스크린에 나오는 순간 반사적으로 그간 그가 연기했던 캐릭터의 구수함, 혹은 폭력성을 동반한 쾌감을 맞을 준비를 한다. 물론 그런 것들이 황정민의 잘못은 아니다. 황정민은 언제나 주어진 캐릭터를 가장 적확하게 연기·연출하는 배우이며, 자신에게 맞는 옷을 골라내는 영민함도 있다. 다만 황정민이 주는 친숙함을 그저 1차원적으로 이용하려는 영화들의 계략이 이제는 관객들에게 슬슬 통하지 않을 뿐이다.
웃음과 쾌감, 흥행 세 가지를 약속하는 영화다.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는 강동원의 패션쇼 아닌 패션쇼도 볼거리다. 다음 달 3일 개봉. 15세가. rickonbge@kmib.co.kr
[쿠키영상] “친동생 같은 놈” 가수 김장훈, 새누리당 후보 지지 논란...‘조용히 음악인으로 남아주길’
'알바의 테러' 호텔 주방 싱크대에서 알몸으로 목욕하는 남자
[쿠키영상] 이종격투기 선수처럼 격렬한 킥복싱...섹시 모델의 몸매 유지 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