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의사는 신이 아니다” 외치며 또 거리로?

의사들, “의사는 신이 아니다” 외치며 또 거리로?

11월 11일 3차 전국의사총궐기대회 개최에 총파업까지… 강경대응 시사

기사승인 2018-10-28 12:02:37

문재인 케어에 대해 반발하며 거리로 나섰던 의사들이 이번엔 엄격해지는 사법부의 판결경향을 문제 삼으며 거리로 나설 전망이다. 나아가 5가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국단위의 총파업(휴진)을 결행하겠다는 뜻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지난 26일 대법원 항의방문과 의견서 전달, 최대집 회장의 1인 시위에 이어 28일 청와대 앞에 모였다. 의료분쟁에 의사들의 책임을 무겁게 지우기 시작한 사법부의 판단이 국민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특히 지난 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판사 선의종)이 2013년 5월 성남의 한 병원에서 횡경막 탈장과 혈흉으로 사망한 8세 어린이를 진료한 의사 3명에게 금고 1년 이상의 법정 구속형을 선고한 사건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법원은 횡경막 탈장과 혈흉으로 복통을 호소하는 환아를 변비로 진단한 의사와 진료에 관여한 의사 2명의 오진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며 오진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민사소송에서의 손해배상 이어 형사소송에서도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최대집 회장은 사망한 환아와 유족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하면서도 사법부의 판결은 수많은 변수와 위험성을 내포한 의료의 특수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이어 의사과실을 100%로 판단하는 등 완벽할 수 없는 인간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태도에 분노했다.

최 회장은 “도대체 어떤 직업군이 통상적 직무수행 중 과실이 있다고 구속을 하는가. 소방관이나 경찰관이 생명의 위기에 빠진 사람을 모두 구출해내지 못했다고 구속되는가. 판사나 검사가 잘못 판단했다가 무죄 판결이 나면 과실을 책임지는가. 왜 의사에게만 과도한 의무와 책임을 요구하는가. 오진이라고 구속해야한다면 오심과 오판도 구속해야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사법부는 당시 현장의 의사들이 정말 환자를 사망케 하려했다고 보느냐”면서 “의사들은 각자 맡은 진료과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항상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무시하고 외면한 채 의료사고와 오진마다 의사를 범죄자 취급한다면 대한민국 의사들은 의료를 포기하고 멈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생사를 넘나드는 경계에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매진해온 의사들에게 회피조차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 완벽만을 강요한다면 의료인들은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진료를 할 수 밖에 없으며 그로 인해 과잉검사가 늘고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위험한 일들이 늘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같은 주장과 의견이 의사들 대부분의 생각이라는 점이다. 성남에서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한 의료계 관계자는 “소아에서의 횡경막 탈장은 희귀한 사례다. 주위의 전문가들도 직접 다뤄본 사례가 거의 없을 정도”라며 “오진을 피하겠다며 CT를 찍는 것은 과잉검사로 삭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과연 의사의 잘못이라고 판단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 때문인지 대한의사협회는 대책마련을 위한 논의에 들어간지 이틀 만에 오는 11월 11일 오후 2시 과거와 유사한 형태의 3차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아울러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동네의원은 물론 병원에 소속된 전공의, 의사교수, 의과대학의 학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24시간 총파업을 단행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판결 시정 및 구속의사 즉시 석방 ▶(가칭)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을 통한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의사의 진료거부권 인정 ▶교과서적 최선의 진료가 이뤄질 수 있는 저수가·규격진료 혁파 ▶의정합의 전체현안의 일관타결 및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 5가지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의사들은 오진으로 구속돼 한순간 범법자가 되는 현실이라면 아예 진료를 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쪽을 택할 것”이라며 “일련의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의료현장을 멈춰서라도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한 결정을 단행하겠다.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은 국가가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그는 ”사안의 본질은 의사가 선의를 전제로 의료행위를 했을 때 결과만 놓고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라며 의사의 과실을 세세히 따지는 것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그 일환으로 의사의 진료거부권을 포함한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30일 오전 8시 국회 앞에서 가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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