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수탁받아 정리가 완료된 고문헌은 산청군 오부면 양촌리 매란정사 소장 고서 625권과 목판 31매 등 656점이다. 이 고문헌은 산청군 오부면 양촌리에서 세거한 여흥민씨 참봉공파 종중 인물의 행적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이며, 넓게는 경남지역 유학자의 삶과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기록이다.
매란정사는 쌍매헌(雙梅軒) 민제연(閔齊淵, 1632-1720)과 관란재(觀瀾齋, 1685-1772) 민홍석(閔弘錫)을 기리기 위해 민제연이 지난 1650년에 최초 건립해 후학을 가르친 곳이다. 이후 관란재 민홍석이 개축하였으며, 또 후손이 두 분을 기리기 위해 1919년 현재의 건물을 건립했다. '여흥세고'를 인쇄하기 위해 1875년에 판각된 목판은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 제580호로 지정돼 있다.
수탁 고문헌 중 '여흥세고'는 여흥민씨 선조 쌍매헌 민제연‚ 관란재 민홍석‚ 동오 민백휴‚ 양곡 민치영‚ 모와 민기용의 시문과 사적을 모아 정리한 책이다. 1875년 후손 민사호가 편집하여 3권 2책의 목판본으로 간행했다.
쌍매헌 민제연은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후학 양성과 학문 연구로 일생을 보냈으며, 80세 때 수직(壽職)으로 동지중추부사가 됐다. 관란재 민홍석은 제연의 후손이며 효행이 지극하였고 가선대부에 올랐다. 동오 민백휴, 양곡 민치영, 모와 민기용 등은 모두 학문과 효행으로 이름이 높았다. 이들은 모두 출사하지 않고 경상도 산음현 면우촌에서 학문을 연구하며 일생을 보냈다.
민경섭 문중 대표는 "문중의 역사가 수록된 고문헌을 그동안 도난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오부면 파출소 무기고에 보관해 왔었다"며 "파출소가 없어지자 고문헌을 다시 마을회관 창고에 옮겨 보관해 왔는데, 먼지가 쌓여가는 고문헌을 보면서 선조께 부끄러운 마음이 늘 있어 왔다. 그런데 최신 시설을 보유한 경상대 고문헌도서관에서 우리 문중의 고문헌을 깨끗이 정리해 전문적으로 보존·관리하게 되니 문중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종중의 고문헌을 맡아 준 경상대 도서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기근도 도서관장은 "경남 산청을 대표하는 여흥민씨 참봉공파 종중의 역사가 담긴 고문헌은 ‘매란문고’로 명명해 관리할 계획이다"며 "종중의 얼이 담긴 고문헌을 잘 보존·관리하고 널리 활용해 우리 지역 역사 연구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kk7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