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마디로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난 융합의 결정판이다. 지구의 역사를 연구하는 좌용주 교수가 인간의 역사에 영향을 미친 자연현상을 파헤친다.
플라톤이 저술한 두 편의 대화편 <티마이오스>와 <크리티아스>를 통해 아틀란티스의 실체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출발해 후기 청동기시대의 에게해 문명의 전환점을 헤쳐나간다.
구약성경에 서술된 모세의 엑소더스 이야기를 통해 후기 청동기시대 이집트-가나안-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의 다양한 역사적인 사건들을 추적한다.
두 이야기는 거의 동일한 시기에 일어난 사건들로서 아직 구체적인 연대가 결정되어 있지 않으며, 만약 하나의 시간 축이 설정되면 동지중해 인근 후기 청동기시대의 모든 편년이 수정되어야 한다. 그 축을 담당하는 것이 당시에 있었던 테라섬의 화산분화다. 그 재앙적인 화산폭발의 시간을 찾아가는 여정은 과학적인 탐구의 결과로 소개된다.
특히 서양문화사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두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은 하나의 학문적 영역에 국한될 수 없으며 따라서 다학제간 및 융합적 고찰 결과로 나타난다. 가장 최근까지의 데이터를 망라하여 그 시간 축을 제시한다.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이런 종합적인 고찰은 드물다.
좌용주 교수는 분출물의 양이나 폭발의 결과를 연구한 그동안의 자료를 검토해 테라섬의 화산 분화가 역사상 치명적이었던 화산들과 거의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파급력을 지녔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럼으로써 주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가정을 시작으로 아틀란티스와 엑소더스를 테라섬과 연결 짓는다.
그러고는 유물이나 유적의 절대 연대를 측정하는 방사성 탄소 연대학, 나무의 나이테로 과거에 대한 정보를 얻는 연륜 연대학 등의 과학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테라섬의 분화 시기를 유추한다.
그리스 고대 문서, 이집트 역사 기록, 천문 기록 역시 살피며 아틀란티스가 지구상에서 사라졌을 법한 시기,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탈출했을 시기를 가늠해 본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는 플라톤의 두 대화편 <타마이오스>와 <크리티아스>에 등장하는 아틀란티스 이야기이고, 두 번째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모세의 엑소더스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은 두 이야기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자연 현상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좌용주 교수는 지난 1960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1989년 일본 도쿄대학 지질학과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연구소에서 3년간 남극연구를 수행하다가 1992년부터 경상대학교 지질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화성암의 지구화학적 특성과 방사성 연대 측정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석조문화재와 고고지질학 분야의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암석학회와 한국지구과학회에서 학술상을 수상했고, 대한지질학회 이사, 한국암석학회 편집위원장, 지식경제부 RIS 거창스톤사업단장,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및 경상대 기초교육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저서로는 일반 교양교재인 '과학 산책, 자연과학의 변주곡'(공저), '지구라는 행성'(공저), '지구과학개론'(공저), '지구환경과학 I, II'(공저)가 있고, '가이아의 향기'를 비롯해 여러 권의 청소년을 위한 지구과학 서적도 집필해 지난 2001년과 2005년에 과학기술부 우수과학도서, 2019년에 세종도서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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