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의사 1만5000명 부족”…지역·필수의료 확충에 사활

“2035년 의사 1만5000명 부족”…지역·필수의료 확충에 사활

복지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
보완형 정책수가·대안적 지불제도 방안 제시
비중증 과잉 비급여 혼합 진료 금지
의료사고 제도 손보고 필수의료 보상 강화

기사승인 2024-02-01 12:04:18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대대적으로 보건의료 정책을 손질한다.

보건복지부는 1일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정부는 오는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필수의료 수가를 인상하기로 했다. 행위별 수가로 지원이 어려운 필수의료 영역에 대해선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해 지원한다. 업무강도가 높고 자원 소모가 많지만 저평가된 필수의료 항목은 상대가치 점수를 선별해 인상하기로 했다.

내시경 수술 등 저평가된 수술·처치 수가와 화상, 수지 접합, 소아외과·이식외과 등 고난도·고위험 수술 수가가 인상된다. 이 경우 평일 주간은 50%에서 100%로, 평일 야간·공휴일 주간은 100%에서 150%로, 공휴일 야간은 100%에서 200%로 수가가 인상된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6월부터 중증응급으로 내원해 24시간 내 최종치료를 받았을 경우 수가 가산율을 확대한 바 있다.

상급종합병원 폐쇄병동 집중관리료, 격리보호료도 인상된다. 병·의원급 신생아실과 모자동실 입원료는 50% 인상된다. 1세 미만 소아 일반병동 입원 시 수가 가산율은 30%에서 50%로 확대되고, 소아 중환자실 입원료도 오른다.

또 개별 의료행위에 부여되는 상대가치의 개편 주기를 단계적으로 줄여 최종적으로 상시 조정하기로 했다. 필수의료 특성상 반영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시간과 자원을 기반으로 한 수가 산정체계를 보완하는 정책수가도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분만·소아진료 등에 우선 적용하고 평가 결과 정책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지원금을 조정하거나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10년 뒤 의사인력이 1만5000명 부족할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 추계를 고려해 내년도 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이 늘어난다. 구체적인 증원 일정과 규모는 설 연휴 전후 발표될 예정이다. 

기초·임상교수 확충, 실습여건 개선 등 교육을 내실화하고, 인턴제는 필수진료 과목과 일차의료 수련 기회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선 올해 연속근무 36시간 축소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참여 병원에 지원금, 수련환경평가 가산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국립대병원 필수의료 전임교수 정원도 내년부터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전공의 위임업무를 줄이고 전문의 고용을 늘리는 병원에 대해선 정책가산 등 추가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임상수련과 연계한 단계적 개원면허 도입도 검토한다. 전문의 자격도 따지 않고 무분별하게 개원하는 행태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지난달 31일 사전브리핑에서 “의료업을 하려면 충분히 임상경험을 쌓고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뒤 개원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박효상 기자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선 졸업 후 지역 필수의료기관 근무를 계약한 의대생에게 장학금과 수련비용, 교수 채용 할당, 교육·주거를 패키지로 지원하는 ‘지역 필수의사제’ 도입을 추진한다. 지역 의료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신설해 권역별 3년간 최대 500억원을 지원하고, 동일 시·도 내 의뢰·회송에 대한 수가를 개선한다. 특히 현재 40%인 지역인재전형 의무선발비율을 대폭 확대한다. 더불어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을 방지하고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맞춤형 지역수가제를 도입한다. 필수의료 인력과 인프라를 확충하고 역량 강화 지원을 위한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도 검토한다. 박 차관은 “지역 필수의사제는 올해 논의를 신속하게 진행하면 내년에라도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형외과, 피부과, 성형외과의 의사 쏠림 방지책도 마련됐다. 정부는 의료적 필요성이 낮고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일부 미용 의료시술에 대해 자격 확대를 검토한다. 일부 미용 의료시술에 별도 자격제도와 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영국, 캐나다의 사례가 적극 검토될 전망이다. 비급여 시장의 의료체계 왜곡 방지와 보상 불균형 해소를 위해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 항목에 대해선 급여·비급여 혼합진료 금지를 추진한다. 모든 의료기관으로부터 비급여 내역을 보고받아 비급여 목록 정비·표준화, 정보공개 확대를 강화한다. 박 차관은 “미용·성형 시장으로 인력이 많이 빠져나간 것이 필수의료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다”라며 “미용·성형 시장에 대해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주기적으로 의료기술 재평가를 거쳐 치료 효과성을 검증·공개하고, 문제 항목은 비급여 목록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실손보험 개발·변경을 위해 복지부와 금융위원회 간 사전협의를 제도화하고, 건강보험 본인부담 보장 범위 개선 등 공사보험 역할도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의료기관의 책임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 대상 공소제기를 제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한다.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경우 보상을 확대한다. 응급실 사고 예방을 위해선 응급실 환자·의료진 안전관리 보상을 강화하고, 주취자와 정신질환자에게 신체 보호장구를 사용할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같은 말이 유행하는 나라는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없다”며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이 일부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고령인구가 급증하고 보건산업의 수요도 크게 늘고 있는데 지역의료,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 의료 인력 확충이 필수적”이라며 “아무리 좋은 인프라를 구축해도 이것을 실행할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양질의 의학 교육과 수련 환경을 조성해 인력 확충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적립금을 활용해 필수의료에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단 다짐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사고 피해자 보상은 강화하되 의료인들의 사법 리스크 부담을 확실하게 줄이겠다”며 “필수의료에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의료남용을 부추겨 시장을 교란하며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비급여와 실손보험제도를 개혁하겠다”고 피력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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