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원한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전문성 확보도 관건

요원한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전문성 확보도 관건

10일 국회 법사위 ‘계속 심사’ 결정
불법개설 요양기관 329곳…환수액만 1조2천억
의료계 반대 강경…“의료인 진료권 위축”
금감원·경찰청과 MOU 맺고 협력 강화

기사승인 2024-01-11 19:02:07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두는 법안이 이번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정부와 국회는 불법 개설 요양기관으로 인한 환자 피해를 막기 위해 특사경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수사권 오남용을 우려하는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11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어 건보공단의 특사경 권한 부여와 관련한 법률안(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논의했지만 통과시키지 않고 계속 심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14일 법사위에서도 같은 결정이 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은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 개설 요양기관을 근절하기 위해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사경 제도는 건보공단의 숙원 사업이다. 불법 개설기관에 의한 피해 사례는 늘고 있고, 진료비 부당 청구로 건강보험 재정도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3년 8월 말까지 요양급여 부정 수급이 적발돼 환수 조치된 불법 개설기관은 329곳이다. 이들 기관이 부당 청구로 타낸 요양급여액 중 환수가 필요한 금액만 1조226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징수율은 7.18%에 그친다.

건보재정 누수의 큰 원인인 불법 개설기관 척결을 위한 건보공단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특사경 도입은 수년째 요원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의료계의 반대다. 사무장병원 단속엔 압수수색이 필연적으로 동반되는데, 단속 과정에서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직업 수행의 자유 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단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특사경제 폐기를 요구했다. 의협은 “건보공단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의료기관을 단속하고 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대등해야 할 보험자와 공급자 관계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고 국민건강보험법 취지에도 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보공단 직원에게 경찰권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의료계의 사무장병원 근절 의지는 확고하다”며 “사무장병원인지 아닌지 여부를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게 같은 지역 의사들인 만큼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대신 의료계 스스로 이를 적발할 수 있도록 하고, 전문평가제 등 자율적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사경을 두더라도 전문성과 실효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관건이다. 법사위 회의록을 보면, 지난달 14일 진행된 회의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강보험 데이터를 통해 전문적 수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면서도 “전문성과 실효성을 어떻게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자료를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국회는 특사경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사무장병원 등에 대한 단속의 실효성 확보 방안’ 보고서는 불법 개설기관 단속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공공성과 전문성을 가진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특사경을 부여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입법조사처는 “특사경 권한 부여 시 신속한 수사 종결로 법 집행력이 강화되고, 재정 누수를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사경 도입의 법적 근거를 위한 의원 입법안 4건이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조속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회의 특사경 도입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물 건너갔단 암울한 전망이 나오지만, 건보공단은 특사경 도입이 미뤄져도 불법 개설기관 범죄 척결에 매진할 방침이다.

이날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윤희근 경찰청장과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본원에서 보험사기·불법개설 요양기관 범죄 척결과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MOU로 보험 사기와 불법 개설기관 범죄 정보 공유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 기관은 정보 교류 채널과 제공 방식 등에 대한 논의를 위해 ‘공·민영 공동조사 협의회’를 확대 개편해 정기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또 제보와 인지 보고 등을 분석해 선별한 보험 사기 혐의 병·의원을 금감원과 건보공단이 공동조사하기로 했다. 이후 경찰청의 보험범죄 특별단속과 연계한단 계획이다.

정 이사장은 “보험 사기와 불법 개설 요양기관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고, 부당·허위 청구로 재정 누수가 유발돼 고스란히 국민이 피해를 떠안게 된다”며 “업무협약을 계기로 사무장병원 운영 등 불공정한 의료 관행에 대해 단속의 실효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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