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돈 주고 물을 사 먹는 게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집이나 동네 우물에서 두레박이나 펌프로 물을 길어 마시거나 학교 운동장의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셨던 추억을 갖고 있는 세대들도 이제는 거리낌 없이 생수를 사 먹고 있다. 대형 마트에서 2ℓ짜리 생수 묶음을 카트에 몇 개씩 싣고 계산대에서 기다리는 모습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최근 15년간 국내 생수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11%에 이른다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00년 1500억 원이었던 국내 생수시장 규모가 지난해 무려 7000억 원대로 커졌다.
이런 가운데 국민생수로 자리 잡은 ‘제주삼다수’를 둘러싼 이야깃거리들이 업계는 물론 일반인들로부터도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수년째 시장점유율 45% 내외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압도적 1위를 지키는 이유와 광동제약과의 판권계약이 올 연말로 끝나는 상황에서 차기 판권의 향방이 관심거리다. 나아가 국내외 정상들을 비롯해 대기업 CEO, 인기 프로선수들이 제주삼다수를 애용한다는 사실이 연이어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 청정 제주의 화산 암반수
생수 분야 국내 시장 최강자는 역시 제주삼다수다. 1998년 삼다수라는 브랜드로 출시된 이후 18년간 시장 점유율 1위, 선호도 1위, 만족도 1위를 기록하면 거역할 수 없는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제주삼다수에 이어 L사와 N사의 제품이 시장에서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하고 있지만 1위와의 격차가 워낙 크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제주의 깨끗한 자연환경과 화산 암반수라는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제주의 깨끗한 자연환경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강점이고, 화산 암반수라는 개념은 화산섬인 제주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장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제주삼다수는 지하 420m의 깊은 곳을 흐르는 원수가 워낙 깨끗해 활성탄여과 등과 같은 고도의 정수처리를 하지 않는다. 이처럼 단순여과와 자외선 살균 과정만을 거쳐 생산되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맛을 보이고 각종 몸에 이로운 성분들이 살아 있다.
제주삼다수는 국제 수준의 생산 및 품질시스템 하에서 철저하게 생산, 관리되고 있다. 현재 제주삼다수는 품질경영시스템인 ISO 9001과 환경경영시스템인 ISO 14001 뿐만 아니라 식품안전시스템인 미국 NSF(National Sanitation Foundation), 영국 BRC(British Retail Consortium & Global Standard for Food Safety), FSSC 22000 등 다양한 글로벌 인증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제품의 품질과 제조환경 전반에 대한 세계적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 연말 제주삼다수 판권 경쟁 ‘후끈’
제주삼다수 제조업체를 사기업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라는 공기업이다. 199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내국인에 대한 생수 판매를 할 수 있게 되자 제주도가 개발공사를 설치하고 본격적으로 생수 생산에 나서 삼다수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후 제주도는 조례를 통해 개발공사 이외에는 제주도 내에서 생수 생산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현재 제주삼다수의 판권은 광동제약에 있다. 하지만 올 연말 광동제약과의 4년 계약이 종료되는 만큼 그 이후 판권을 둘러싼 업계의 유치 경쟁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그동안 제주삼다수 판매로 톡톡히 재미를 본 광동제약 측은 어떻게든 판권 재계약을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삼다수 판권 계약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향후 매출확대 및 제주도에 대한 기여방안을 모색하는 등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판권을 노리는 경쟁기업들의 자세가 만만찮다. 특히 광동제약에 앞서 2012년까지 15년간 삼다수 위탁판권을 가졌던 농심의 판권 탈환 의욕이 높다. 농심은 삼다수 판권을 놓친 뒤 ‘백산수’로 생수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워낙 견고한 삼다수의 아성을 절감한 터라 이번에 삼다수의 판권을 되찾아 해외시장까지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제주도개발공사와 탄산수 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는 CJ제일제당도 강력한 라이벌로 거론된다. 지난해 8월 제주도와 ‘제주의 관광·식품·물류산업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호 협력 파트너십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탄산수 생산은 물론 제주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기로 한 CJ제일제당은 삼다수 판권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이밖에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가 최근 연 매출 1억4000만원 규모인 ‘제주소주’를 인수한데 이어 삼다수 판권까지 따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오는 10월 말과 11월 초 사이에 결정될 광동제약과의 제주삼다수 판권 계약 종료 여부가 점점 관심을 키우고 있다.
◇ 국내외 정상, CEO들이 애용
제주삼다수는 각종 국제대회나 외교석상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먹는 샘물로 확고히 자리를 굳혔다. 또 국내외 정상뿐만 아니라 대기업 CEO와 스포츠 스타들도 제주삼다수를 즐겨 마신다는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받고 있다.
2004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장에 제주삼다수가 비치된 모습이 TV로 방영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때도 호주, 벨기에, 덴마크, 필리핀 등 각종 정상회담장에는 늘 제주삼다수가 비치됐다.
2010년 G20 정상회담 당시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주삼다수를 마시는 장면이 보도됐다.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세계 60여개국 국가지도자들에게 삼다수가 제공되기도 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평소에도 제주삼다수만 마시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해외순방 때도 꼭 제주삼다수를 챙기는 등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제주삼다수를 즐겨 마시고 특히 부인 김윤옥 여사가 “삼다수 물을 많이 마시면 젊어지고 예뻐진다”고 밝혀 화제를 낳은 적도 있다.
제주삼다수는 국내 대기업 총수 등 CEO들이 선택하는 명품으로도 꼽힌다. 지난 2월 월간 현대경영이 국내 500대 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0% 이상이 선호하는 명품으로 제주삼다수를 선정했다.
국내 명품 브랜드 중 제주삼다수는 SK텔레콤(81.53%), 갤럭시 스마트폰(73.75%). 삼성 노트북9(73.28%)에 이어 4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 체육계에선 ‘우승으로 이끄는 물’로
제주 삼다수는 스포츠계, 특히 골프계에서 ‘기적 같은 물’로 통한다. 골프여제로 불리는 박인비의 경우 2014년 후원계약을 체결한 첫해에만 메이저대회 3승을 거두며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섰다.
개발공사가 후원하는 고진영도 지난해 계약 체결과 함께 KLPGA투어 3승을 기록했으며, 올해 계약한 오지현도 지난 6월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 때문에 골프계에서는 ‘삼다수를 마시면 우승한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LPGA는 공식 생수 지정 및 10개 대회 스폰서십을 먼저 제안, 지난 3월 계약 성사 후 스폰서십이 진행 중이다.
이런 분위기를 쫓아 제주삼다수는 야구, 배구, 핸드볼 등 다양한 종목의 경기장 등에서 공격적인 홍보과 판촉을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 관계자는 “제주삼다수는 빙하수인 에비앙과는 달리 화산 폭발 후 생긴 구멍 뚫린 붉은 송이라는 돌 지질층에서 20년 가량 걸러져서 나온 화산암반수”라며 “고도의 정수처리를 할 필요 없이 오직 단순여과와 자외선 살균 과정만을 거쳐 생산돼 자연 그대로의 맛을 보이고 각종 몸에 이로운 성분들이 살아 있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jeju2j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