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군에 따르면 군의회는 지난 11일 제286회 의령군의회 제1차 정례회 의사일정을 통보하면서 부의안건으로는 2024년 행정사무감사와 2023년 회계연도 세입세출결산 심사승인안에 대해서만 안건으로 상정했다.
하지만 의령군이 준비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이달 17일부터 열리는 의령군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도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군의장은 지방자치법에서 정한 이 두건만 이번 정례회에서 다루고 집행부에서 제출한 총 18건의 부의 안건에 대해서는 단 한 건도 운영위원회에 회부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군이 제출한 '2024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또 군의회 문턱에서 좌절됐다.
군은 군 의장이 추경의 세 번의 기회를 날렸다고 지적했다. 한 번도 모자라 사실상 '삼진아웃'으로 의령군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의장은 1회 추경 대규모 삭감으로 논란의 불씨를 지폈고 2회 추경안 처리를 위한 임시회 소집 요구를 거부한 사상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공개토론회를 통해 '극적 타협'을 이루고 정례회에서 시급한 예산을 우선 심의하자는 군의 요구와 군민 기대감을 완전히 짓밟았다.
군 의회를 대표하고 의회 사무를 감독하는 김 의장의 끝 모를 추락에 군민 대다수가 아연실색하는 분위기다.
의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군수가 오죽하면 군의장을 고소했겠냐”는 동정론이 상당 부분 힘을 얻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기분파’ 김 의장이 정치를 감정적으로 한다는 것은 이미 지역사회에 정설로 통한다며 사필귀정이라는 평가를 했다.
오태완 군수 역시 강한 실망감을 표출했다. 오 군수는 9대 군의원과 첫 상견례 자리인 2022년 6월 지방선거 당선자 교부식에서 '의회주의자'를 자처하며 새로 당선된 의원들을 치켜세우며 의령 발전을 위한 ‘공동 설계자’로 운명을 같이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2년간의 공들인 노력은 의회를 마음대로 하겠다는 김 의장의 독선과 오기 때문에 한순간에 물거품 될 상황이다.
최근 오 군수는 개인 자격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직무를 수행하는 의령군수로서 김 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다.
군은 고소장에서 지방자치법 제54조 제3항에 따라 자치단체장인 의령군수가 요구하면 의령군의회 의장은 15일 이내에 임시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군의회 의장은 최종일까지 임시회를 소집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오 군수는 "할 일을 하지 않으면 그건 군민에 대한 나의 직무 유기가 되지 않느냐"며 "군민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고 고의적·의도적으로 직무를 저버리고 있는데 어떻게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만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의회 괴롭힘'에 군 공무원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군의원들은 막말과 폭언을 일삼으며 안건의 심의와 관련된 직접적인 관련 서류 요청이 아닌 '막무가내식‘·'산더미' 자료요구로 공무원들을 못살게 구는 '신종 갑질'이 군 의장을 중심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 의령 공무원노조는 성명을 발표했고, 강삼식 지부장은 "군의원 쥐락펴락 행태에 공무원이 말라간다. 인사사고가 나고 후회할 것인가. 제발 도와달라"고 읍소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는 애꿎은 군민이다. 또다시 추경이 불발되면서 의령군이 군민 생명과 미래 발전을 담보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이번 추경에는 취약지역 응급의료기관 지원사업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의령군민 4명 중 1명이 이용한 의령병원 응급실의 인력 채용을 위한 예산 2억 원이다. 응급의료법이 개정돼 법정 인력 추가 채용이 필요한데 적자 상태인 의령병원에 예산이 지원되지 않으면 법 위반으로 응급실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
또 여름철 장마철에 앞서 완료해야 할 농로 확포장·용배수로 정비공사 등을 위한 주민숙원사업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지난 4월 10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은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도 위기다. 사업 차질로 국비를 도로 반납해야 할 수 있다.
오 군수는 "혼자 하는 판단이 다수의 판단보다 좋은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라며 "공개된 장소로 나와서 군민 앞에서 함께 토론하자. 그리고 오늘이라도 당장 의회는 의원 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군민 불안감과 궁금증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의령군은 이번 사태 해결 선결 조건으로 독단적 인사에 대한 김 의장 사과와 토론회를 요청한 상태다.
의령=최일생 기자 k7554@kukinews.com